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현상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다만 지역에서 느끼는 긴장의 파고는 더 크다. 중앙부처나 광역지자체 공무원과 비교해 기초지자체 공무원들의 이탈 속도가 가파르다. 낮은 보수는 물론 과중한 업무부담 등이 이탈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공무원이라는 상징적인 차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그만큼 사회의 지형이 변하고 사회적 의식도 급변하고 있는 탓이 크다. 과거 국가에 봉사한다는 소명의식과 열정, 자부심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과 업무의 과부하, 위계구도에 따른 경직성, 계급문화의 강고한 존재가 똬리를 틀듯 이들을 압박한다.
조직 내에서의 양극화도 문제다.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을수록 직무몰입도, 만족도, 공직가치 등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MZ 공무원들은 선배 공무원들에 비해 여러 지표에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공무원 의식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1981년을 기준으로 이전 세대인 기성세대는 이직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직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58%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그 이후 세대인 MZ세대는 무려 70%에 가까운 비율이 이직 의향을 보였다. 신분보장과 공직의 역할·사명이 공직을 선택한 최우선 기준으로 작용했다면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 자신만의 시간 활용 등에 더 높은 가치를 두면서 조직충성도와 조직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며 비아냥대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이 되면 "밥통이 비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언제까지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부담을 견뎌야 하는지가 이들의 절박한 과제다. 조직혁신이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전체 공무원 사회에서 MZ공무원 비율이 50%에 육박해 가고 있는데도 이에 부응하는 적절한 조직변화와 문화는 체감할 수 없고, 갈수록 다양해지는 행정수요에 대응하는 것도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탓인지 최근 '조용한 사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22년 미국의 20대 엔지니어가 신조어를 틱톡에 소개한 이후 유행한 말인데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일만 한다"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방식" 등을 의미한다.
조용한 사직은 대부분 Z세대와 젊은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저임금이나 근무여건 등의 영향, 업무태만의 미화, 고용불안으로 인한 준비 등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조용한 사직에 따른 위기의 파고는 비단 공직사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직사회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의 혁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혁신은 직무에 대한 개념과 권한, 나아가서는 조직의 자율성을 신장할 수 있는 조직체계의 대변혁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형태와 모습만 바꾸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고 땜질이다.
땜질로 점철된 공직사회의 조직과 인사제도 등을 바꾸지 않고서는 공직사회의 위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적정 수준의 임금상승, 계급구조 개선, 개방형 인재의 등용 확대, 조직 유연성 등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를 동반한 대대적 혁신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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