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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의장성명, 북러 군사협력 빠졌다..중국 눈치 봤나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31 21:13

수정 2024.07.31 21:13

ARF 외교장관회의 사흘만 의장성명
北탄도미사일 규탄 반면 북러 군사협력 빠져
북러 항의보다 중국 눈치 본 영향 큰 듯
"북러 밀착, 한미일 협력 강화 명분 돼
중국 불편해하고 북중러 뭉치는 계기도"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이 공개됐다. ARF는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란 점에서 의장성명 내용은 매년 주목을 받는다. 올해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규탄 포함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으나 끝내 담기지 못했다.

7월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ARF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지 사흘 만인 전날 밤 의장성명이 발표됐다.

의장성명은 “많은 장관들은 최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급증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 고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받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장관들은 북한이 모든 유엔(UN·국제연합)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관련 당사국 간 평화적 대화를 촉구하며 비핵화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의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며 “일부 장관들은 납치 및 억류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우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규탄이 예년과 같이 포함되고,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납북자 문제도 담긴 것이다. 하지만 북러 군사협력 문제는 결국 의장성명에서 빠졌다. 한미일을 비롯한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이 직접적으로 북러 군사협력를 규탄했음에도 북러의 반발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우방국 장관들과 함께 ARF는 물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 규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는 북러의 항의보다도 한미일을 포함해 다수 국가가 중국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통상 북핵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비호해왔지만 북러 밀착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한일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때문인지 ARF 의장성명 물밑 외교전에서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한일과 가까워지는 건 필요에 의한 것일 뿐, 북러는 같은 권위주의 진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미국을 견제할 주요 전력이다.
때문에 의장성명에 북러에 대한 비난 수위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북중러가 뭉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ARF 의장성명에 북핵과 북러 군사협력이 담기는 걸 가장 불편해하는 건 사실 중국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 키우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보면 현재 한중관계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해, 또 북중러가 뭉치는 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ARF 성명 수위가 지나치게 높은 건 곤란한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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