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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뒤처진 전금법, 예견된 사고"..E커머스 규제 공백에 애꿎은 금융권 유탄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4 16:17

수정 2024.08.04 16:17

은행-카드-페이업체 '유동성 지원' 구원투수로 '상생금융' 선정산대출 은행들 리스크 부각돼 곤혹 이커머스 겸 PG사 규제 미비로 기존 금융권 부담 PG사 자본 확충 통한 금융권 부실 방지 및 유사 수신업체 관리감독 필요성 제기
검찰이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 본사 등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1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이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 본사 등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1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으로 마켓 입점 소상공인(셀러)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계가 선(先)정산대출 상환 리스크와 더불어 소비자 유동성 지원이라는 부담을 안게 됐다. 티몬·위메프가 소상공인에게 매출을 정산해줘야 셀러가 은행에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데 정산이 안 돼 은행까지 손실 위험이 생긴 데다, 카드사·페이 업체들은 마켓이 돌려줘야 할 소비자 환불금을 선제 지급하고 있어서다. 금융업계는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을 받고, 유사 수신을 하는 스타벅스·항공사·게임사 등도 전자금융거래법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구원투수" 기존 금융권으로 불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카드·페이업계는 이번 티메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이커머스 플랫폼을 겸하는 전자결제대행사(PG사)와 유사 수신업체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력한 자본건전성 규제를 받는 기존 금융권이 지급능력이 없는 티메프를 대신해 유동성 지원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한 8개 은행은 지난달 31일 실무자 회의를 갖고 티메프 입점 업체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금융권은 정산지연 피해업체 대상 기존대출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해서 연체 발생을 막기로 했다. 셀러들의 매출채권을 보고 대출을 내준 SC제일·KB국민은행 등은 선정산대출에 만기연장을 지원한다. 은행권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차보전을 받고 관광사업자 대출을 600억원 규모로 실행키로 했다. 셀러들이 못 받은 정산금액이 최대 1조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직간접적 대출을 내준 금융권까지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는 게 문제다.

특히 은행들은 당초 '상생금융' 취지에서 추진했던 선정산대출이 리스크가 있는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당혹스러운 처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선정산대출은 사실상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발생하는 정산 지연 문제를 은행권이 합리적인 금리로 제공을 해주는 상품"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상생금융 우수사례로 선정할 만큼 협력업체·셀러 지원 취지가 있었던 것인데 적극적인 취급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알리·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 공습으로 어려워진 K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선정산대출을 출시하려 했던 은행들도 당장은 출시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커머스 지급 불능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리스크가 커진 만큼 시장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커머스 결제, 유사 수신업체도 관리감독"
이런 상황에 기존 금융업계에서는 △PG사 겸 이커머스 업체의 금융결제 업무 관련 컨트롤타워 및 규제 마련 △PG사 자본력 확충을 통한 금융권 전이 방지 △선불전자지급수단 업종 명확화 및 예치금 규제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차 PG사가 자기 자본력을 키워서 티몬, 위메프와 같은 서브 PG몰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서브 PG몰이 제대로 대금을 정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PG사 자체적 관리가 어렵다면 서브 PG몰이 고객 돈을 유용할 수 없도록 PG사 재산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갑질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지급결제 관련 정책은 금융위원회, 온라인 유통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담당해 관리부처가 상이한 것이 문제"라며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거래상 문제를 총괄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금융소비자 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 점, 스타벅스·항공사·게임사 등 사실상 유사 수신을 하는 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점을 잠재 리스크로 지적했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발행된 포인트를 제 3의 업체나 서비스 구입에 쓸 수 있는 경우, 즉 항공 마일리지나 게임 머니도 전금법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구체적 대상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며 "시행령이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인정할 경우 포인트의 50% 이상을 외부 예치해야 해 포인트 규모가 큰 기업은 재정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짚었다.
현재 스타벅스 선불 충전금의 경우 외부 예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데 여전히 시행령으로 이를 정하게 돼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금업자를 금융사로 규정해 금소법이 적용되도록 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나 1차 PG사와 달리 티몬, 위메프가 '늦은 정산'으로 셀러들이 판매대금을 받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리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이커머스를 겸하는 PG사들이 셀러들에게 2~3일 내 대금을 정산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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