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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모두 확전 위기 '활활'...진화 나선 서방 '진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1 15:34

수정 2024.08.01 15:34

이스라엘 네타냐후, 적들에게 "치명적 타격" 가했다고 인정
목표 완수까지 가자전쟁 계속한다고 밝혀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
수도에서 하마스 수장 암살 못 막은 이란 발끈...이스라엘 '직접 공격' 지시
미국과 유럽 모두 확전 방지에 안간힘. 이란에 대응 않거나 상직적 조치 주문
하마스 수장 사라지면서 기존 가자지구 휴전 협상 다시 표류
7월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노란색의 헤즈볼라 깃발과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이란 시민들이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이 걸린 건물 앞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7월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노란색의 헤즈볼라 깃발과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이란 시민들이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이 걸린 건물 앞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하마스·헤즈볼라를 상대로 동시 다발적인 무력행사로 전쟁 위기를 키우면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방 정부들이 직접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상대로 확전 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가자지구 휴전 협상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vs 이란, 강경 대응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월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내각 안보 회의를 마친 뒤 대국민 연설을 진행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면서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대립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과도 교전중이다. 7월 20일에는 멀리 떨어진 예멘까지 공군을 보내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지난 며칠 동안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고 강조했다. 그는 "3주 전 우리는 하마스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를 공격했다. 2주 전엔 후티를 공격했고 이는 공군이 수행한 가장 먼 거리의 공격 중 하나였다. 어제는 헤즈볼라 군사 지도자 푸아드 슈르크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반년 넘게 국경에서 포화를 주고받던 헤즈볼라가 7월 27일 국경지대 축구장에 로켓 공격을 가해 어린이 등 12명이 숨지자, 직접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격해 슈르크를 제거했다.

네타냐후는 "베이루트로부터 위협이 있다.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되어 있다"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가자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그때에도 그러한 목소리에 굴복하지 않았고 지금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이란 수도 테헤란에 머물렀던 하니예는 슈르크 사망 몇 시간 뒤에 유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미 지난 4월에 이스라엘과 서로 미사일을 주고받았던 이란은 사건 즉시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7월 31일 오전에 최고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하메네이는 하니예 암살 직후 성명에서 "범죄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면서 "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두른 한 시민이 헤즈볼라 군사 지도자 푸아드 슈르크(왼쪽)와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얼굴에 붉은 칠을 한 팻말을 들고 서 있다.EPA연합뉴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두른 한 시민이 헤즈볼라 군사 지도자 푸아드 슈르크(왼쪽)와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얼굴에 붉은 칠을 한 팻말을 들고 서 있다.EPA연합뉴스

확전 막으려는 서방...휴전 협상도 표류 불가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특사로 페제시키안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던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하니예 암살 직후 이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모라는 과거 이란 핵합의 협상에서 이란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모라를 비롯한 서방 외교관들이 "이란 정부에게 이번 일에 반응하지 말고 사태를 수습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의하면 이스라엘 외교관들은 유럽 등 서방 파트너들에게 하니예 암살 이후 추가 군사 작전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서방 외교관들은 이란에게 반응을 하지 않거나 지난 4월 공격처럼 상징적인 반응만 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7월 31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고 있던 미국의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중동 파트너들과 만났다. 그는 곧장 이집트 카이로 향해 가자지구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존 커비 미국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을 미리 알았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역시 싱가포르 CNA 방송 인터뷰에서 하니예 사망 소식에 "미국은 암살을 인지하고 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FT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축구장 사건 보복과 관련해 강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기에 하니예 사건이 추가되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7월 31일 보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 6개월 남은 자신의 임기 중에 가자전쟁을 끝내고, 전임 정부에서 시작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이달까지도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핵심 담당자였던 하니예가 사망하면서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영국 BBC는 하니예의 후임으로 지난해 10월 가자전쟁을 시작한 장본인이자 아직까지 가자지구에서 무장 투쟁을 지휘하는 강경파 야히야 신와르가 하니예의 뒤를 이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에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앞줄 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AFP연합뉴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에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앞줄 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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