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테크의 꽃은 '혁신상'과 '개념상' 발표이다. 혁신상은 이미 생산에 사용하는 최신 기술에, 개념상은 곧 실용화가 가능한 첨단 아이디어에 상을 준다. 상을 받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면 스마트농업 기술 수준과 동향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과학을 기반으로 한 '자율농업' 지향 기술과 아이디어가 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스마트농업 기술은 '복합환경 제어장치'에 집중했다. 온도·습도·광도 등 농업환경변수를 목표치에 도달하게 해서 이를 유지하는 장치이다. 이때 목표치는 재배자가 자기 경험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이번 혁신상 기술은 바깥 기상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물 공급 목표치를 스스로 설정하며 자율 조정한다. 결과로 물뿐만 아니라 비료·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수확량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향상했다. 가장 큰 성과는 기상조건과 물 공급 연계에 투입하던 노동량을 80% 정도 줄인 것이다.
그러면 남은 20% 인간 노동영역은 무엇일까. 전략 수립 부문이라 한다. AI와 데이터 기반 기술은 아직 과거 경험 데이터에서 최적의 목표치를 찾는다. 그런데 큰 산업 발전은 미지의 미래에 대한 도전에서 온다.
도전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같은 데이터로도 고위험·고수익 미래 전략을 좇을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런 도전은 인간이 직접 전략적으로 판단·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무리 자율농업으로 나간다 해도 스마트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경험·지식·비전을 갖춘 정예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도 스마트농업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하다. 2020년 12월부터 정부는 분산되어 진행되어오던 스마트농업 관련 연구개발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재단법인 스마트팜 연구개발사업단'을 설립, 운영 중이다. 그리고 7월 26일부터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본격 시행된다. 그런데 첨단 기술농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앞의 모든 정부 조치가 정예인력 양성을 유도하는 생태계 기능을 해야 한다. 연구개발 인력은 물론이고 고도의 전략적 경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보통 정부 산업정책은 다수의 평균적 인력 양성에 머문다. 그런데 고도의 과학기술 기반 산업은 소수 정예인재 양성을 통한 파급효과 창출이 중요하다. 특히 경험 데이터를 넘어 미래 스마트농업 경영전략을 이끌 마지막 20%의 최고 수준의 정예인재가 필요하다. 특정 분야 인재는 정부가 직접 양성하기보다 농가 혹은 기술기업에 고용을 지원함으로써 민간이 인재를 키우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고용과 인재양성을 동시에 이루어 정부의 과도한 주도에 따른 민간기능 위축을 줄일 수 있다.
아무쪼록 법 시행 등에서 보이는 강한 정부 의지가 첨단 기술농업을 이끌 우수인력의 유인·교육·양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김한호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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