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정부 로드맵에서는 다양한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다소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여러 분야의 문제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역동성 회복을 위한 단 하나의 과제만 선택해야 한다면 필자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꼽겠다. 필자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중소기업의 낮은 경쟁력을 꼽아 왔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우리나라가 특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 전체 기업 수의 99% 이상을,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경제 전체의 역동성과 사회이동성을 좌우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 종사자의 임금도 높아져야 경제의 역동성이 제고되고 사회이동성도 활발해진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 종사자가 중소기업 종사자에 비해 초혼연령도 낮고 출산율도 높다.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다면 출산율 제고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는 어느 정부에서든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아 왔다. 하지만 뚜렷한 정책성과가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그 주요 원인으로 상당수의 중소기업 정책이 기업복지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기업복지는 인센티브를 왜곡시켜 소위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 중소기업의 테두리를 벗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지원은 없어지고 다양한 규제가 뒤따른다. 즉 성장에 대한 페널티를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무리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동원되어도 인센티브 구조가 이같이 반(反)성장적이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 졸업보상제'를 제안해왔다. 중소기업이 성장하여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면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다. 이 같은 보상체계야말로 중소기업에 안주하고자 하는 역(逆)인센티브를 약화시키고, 경제역동성과 사회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센티브 구조이다.
경제의 역동성 회복은 기업 성장사다리가 잘 작동하게 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성장사다리가 있어도 이를 타고 올라가려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으면 그 사다리는 무용지물이다. 기업의 성장인센티브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역동경제 로드맵'에 더 많이 담겼으면 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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