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지인에게서 반년 만에 온 연락이다. 이날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을 신청하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몰려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온 연락에 안부가 아닌 하소연으로 가득한 그에게 내심 서운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기적적으로 한국부동산원에서 청약기간을 하루 더 연장했다. 이 소식을 바로 알려주니 화난 그의 목소리가 다소 풀린 듯했다.
294만4780명.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서 1가구 모집에 몰린 숫자다. 역대 최고 무순위 경쟁률이라고 한다. 지난 2017년 분양 당시 가격인 4억8200만원에 청약을 받은 게 주효했다. 현재 시세 약 16억원보다 1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약통장 유무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었던 것도 대기록의 이유일 것이다.
그의 하소연에는 또 다른 설움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그가 술자리에서 높아진 집값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착실하게 월급을 모아왔지만, 출퇴근이 용이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구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내내 "착하고 성실한 사람은 집을 살 수가 없는 것 같다"며 한탄했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7월 5주)은 1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외곽 지역도 오랜 기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청약에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급도 많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분양가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4190만원으로 처음 4000만원을 돌파했다. 1년 전 평균 분양가(3198만원) 대비 31%(992만원) 상승했다. 그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줍줍'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열심히 일한다면 그만큼의 부와 결과를 얻는다는 자본주의의 기본원리. 대한민국 주택시장에는 완벽하게 적용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곳에 살기 위해서는 요행에만 기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썩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이달 나오는 정부의 공급대책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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