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윤선'으로 변신
"'한예종 전도연' 닮고 싶은 마음에 지은 별명"
"윤선과 연진은 서로 다른 인물, 자신 있다"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이름 앞에 '변신'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배우 임지연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2011년 영화 '재난영화'로 데뷔한 그는 '인간중독'(2014), '간신'(2015). 드라마 '상류사회'(2015), '장미맨션'(2022)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2022~2023)에서 학교폭력 주동자로 변신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부모를 등에 업고 죄책감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박연진 역을 맡아 임지연이라는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는 임지연의 다음 변신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는 경찰 조직의 비리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형사 수영(전도연)이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에 나서는 이야기다.
임지연은 출소한 수영에게 접근하는 술집 마담 정윤선을 연기했다. 수영의 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영화는 주연인 전도연이 처음부터 끌고 가지만, 임지연의 역할 역시 작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관객의 눈과 귀를 끌어들인다.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지연은 '리볼버'에 대해 "전도연 선배와 오승욱 감독님의 조화라는 것만으로도 선택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었다"며 "무조건 한다고 했다. 대본 자체가 굉장히 스타일리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연기할 때 이것저것 계산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난다긴다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에 불안했는데 전도연 선배님과 (본부장 역의) 김종수 선배가 '그냥 네 모습으로 해. 한 번 해봐'라고 용기를 주신 게 도움이 컸다"고 긍정했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아차' 했다 싶었죠. 나도 용기를 내서 한 번 해보자, 정윤선이 됐다고 믿어보자. 그래서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정윤선으로서 이야기를 했어요. 저 자신에게도 칭찬도 많이 했는데 그게 꼭 알을 깨고 나온 기분 같더라고요."
계산이 아닌 본능을 선택한 임지연은 자유롭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윤선이 돼 갔다. "워낙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여자니깐 말도 안 되게 하이힐에 양말도 신고, 색채가 강한 의상을 매칭했어요. 그렇게 표현하고 느껴지는 대로 정윤선을 시작했습니다."
수영 역을 맡은 선배 전도연은 학창 시절부터 열혈 팬이라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출신인 그는 스스로를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고 다녔다. 배우를 꿈꾸던 어린 시절 전도연을 너무 닮고 싶은 마음에 그런 별명을 지었다는 게 이유다.
임지연은 전도연과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슛 들어가기 전 제 눈을 빤히 바라보시는 선배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며 "선배로서 '너 잘해라'가 아니라 하수영으로서 '너 정윤선이지? 여기 왜 왔어?"라고 쳐다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순간이 너무 선명하고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기운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며 "선배 앞에서 연기를 잘 하는 후배보다 서로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으로 있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윤선 역의 스타일이 '더 글로리'의 연진와 비슷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했다. "연진이도 색채가 강해서 비슷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예요. 앞으로 연진를 깨거나 넘어서고 싶지도 않고 그런 걱정도 하고 싶지 않아요. 둘은 다른 인물이에요."
윤선 역을 통해 배우로서 자존감도 올랐다. 임지연은 "미친 자존감을 가진 윤선을 연기하면서 스스로가 좋아졌다"며 "악착같이 치열하게 하는 것 말고 내려놓고 막 놀아보는 것도 좋은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저는 여전히 재능이 많지 않아요. 여전히 연기가 무섭고요. 하지만 배우는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부족하지만 이번에 알을 깼으니 더 러프한 캐릭터를 맡아 밀도 있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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