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협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상대 손해배상 소송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 커"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 커"
[파이낸셜뉴스] 문학이나 미술 작품을 인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 등을 비용 지불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평가원은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학력 평가 시험의 출제 시험 및 채점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평가원은 고입선발고사 수능 등 문제에 문학 작품 등을 지문 및 참고 자료로 이용했는데, 시험이 종료된 후에도 이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누구든지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2009∼2019년 저작물의 통상 사용료 170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평가원 측은 저작권법상 교육 등의 목적을 위해선 정당한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협회는 당시 저작권법 32조가 입학시험 등에 대해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통신 등의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공중송신’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1심은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평가원은 저작물의 문학적, 예술적 가치를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수험생 및 학생의 학습 능력 등을 평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작물을 기초로 평가문제를 작성했다”며 “저작물의 사회적·교육적 의미를 고려하면, 이 사건 저작물의 시험이나 교육을 위한 인용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평가원이 협회에 1000만원의 사용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 행위는 해당 시험의 출제와 성적 제공까지 전체적인 과정이 완료된 후 수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응시자 외의 불특정 다수에게 시험에 이용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전송한 것”이라고 봤다. 시험이 종료된 후에도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지 저작물이 인용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저작권법에서 정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시장에서의 통상적 이용 방법과 달리 원고(협회)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저작물을 평가 문제에 포함, 전송해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어 "정부 출연금 등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피고(평가원)는 공익상 필요한 경우 저작물에 관해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기출문제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공중에 대한 학습자료의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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