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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금지하고 아침근무 도입… 직원 생산성·출산율 모두 반등[인구 Up, 다시 플러스로]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4 18:17

수정 2024.08.04 18:17

(7) 해외 출산율 반등 사례
日 이토추상사
오전 5~8시 근무에 1.5배 수당
직원은 퇴근 후 육아시간 확보
무료 아침식사·인센티브 주고도
회사 운영비용 오히려 6% 줄어
10년간 생산성 5배, 출산율 3배↑
야근 금지하고 아침근무 도입… 직원 생산성·출산율 모두 반등[인구 Up, 다시 플러스로]
일본 5대 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는 0.6명까지 떨어졌던 직원들의 출산율을 지난 2021년 10년 만에 1.97명으로 끌어올렸다. 우리나라처럼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일본에서 이는 '기적'으로 불린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명에 그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출산율과 함께 노동생산성 역시 5배 넘게 뛰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파격적인 근로시간 개혁이 자리한다. 이토추상사는 아침근무자에게 야근수당과 동일한 1.5배의 수당을 준다. 오전 5시에 출근해 3시에 퇴근을 하면 추가 수당도 받고, 퇴근 후 아이를 돌볼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놀라운 성과에도 회사운영비는 오히려 6% 줄었다.
야근 이후 택시비, 전기요금 등이 줄었다. 이 때문에 근무시간 유연화를 추진 중인 우리 기업들이 벤치마킹해 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5시 출근 3시 퇴근…아침근무에 수당

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이토추상사가 '아침형 근무'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아침형 근무는 오전 5~8시 출근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야근수당처럼 아침근무에 1.5배 수당을 준다.

아침근무자에게는 아침식사를 무료 제공한다. 자회사인 패밀리마트의 샐러드·샌드위치 같은 인기 메뉴들이다. 아이들은 사내탁아소에 맡길 수 있다.

그러면서 오후 8~10시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업무가 남아있는 경우 '다음 날 아침근무'로 전환한다. 팀워크가 필요한 업무는 집중 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에 처리한다. 현재 오후 10시 퇴근자는 0%대라고 한다.

'110운동'도 펼쳤다. 회식은 1차에서 10시까지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형 근무는 유연근무가 출산율 반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이토추상사가 출산율 상승만을 목표로 아침형 근무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당시 일본 정부가 '노동생산성 향상' 대책의 일환으로 기업들에 아침형 근무를 권장했고, 경제단체들도 각 기업에 이를 통보했다.

취지에 맞게 노동생산성은 매년 올라갔다. 2010년도를 1로 했을 때 지난해 노동생산성(연결순이익/단독 종업원 수)은 5.22로 5.2배 향상됐다. 결과적으로 근로시간 개혁이 노동생산성과 출산율 모두를 끌어올린 것이다.

주목할 점은 무료 아침 제공 등에도 불구하고 기업 비용이 6% 절감됐다는 사실이다. 이토추상사는 잔업수당과 택시비, 광열비, 전기료 등이 줄었다고 설명한다.

저고위 관계자는 "아침수당을 주고 있음에도 비용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전체 비용이 6% 줄었다"며 "기업에도 좋고 근로자에게도 좋은 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 등용 차별철폐

이토추상사는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4월 여성 임원 5명을 신규 등용했다. 지난해까지 여성 고위직이 1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여성 임원 비율을 21%까지 높였다. 2030년까지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을 3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다.

여성 과장·부장급 등용도 2021년 이후 가속화됐다. 2021년 35명에 그쳤던 여성 관리자는 올해 61명까지 늘었다. 2021년 대비 74% 오른 수치다.

2010년 대비 2023년 여성 사원의 평균 근속연수 증가율은 남성 사원 증가율보다 높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최근 이토추상사를 직접 찾아 아침형 근무와 사내탁아소 등을 들여다봤다. 고바야시 후미히코 이토추상사 대표이사와도 만나 제도 경험을 공유했다.
주 부위원장은 "일·가정 양립 제도의 운영이 우수한 인력 확보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의 비용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이토추상사 사례는 향후 인력부족 시대를 맞이할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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