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구영배 "알아서 하라" 사태에서 발 뺐다...티몬·위메프 등 제갈길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5 09:00

수정 2024.08.05 09:20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구영배 대표가 미정산 사태에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큐텐그룹 내 장악력을 완전히 잃었다. 사태가 터지고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데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계열사들은 사실상 제갈길을 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에서 판매자 이탈 도미노가 현실화하며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자 구 대표는 "각 계열사 대표가 알아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음을 구 대표 스스로 밝힌 셈이다.

이제 큐텐그룹 각 계열사는 구 대표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면서 재건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떠밀려가는 모양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이 지난해 3월 지분 교환을 통해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로 인터파크쇼핑과 도서, AK몰 등을 운영한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기술개발 계열사 큐텐테크놀러지, 큐브네트워크 등에 물린 자금은 약 650억원대로 알려졌다. 대부분 판매대금 미수금과 대여금이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으로 넘어간 뒤 첫 회계 기간인 지난해 3∼12월 거둔 영업이익(342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내용증명은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보낸 문서의 발송일과 내용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것으로, 고소·고발이나 민사소송 등 법적 싸움으로 가는 절차로 인식된다.

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에 이처럼 미수금이나 대여금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은 흔치 않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완전한 결별 수순으로 가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티몬도 대형 투자사와 투자 유치, 매각 논의를 시작했고, 위메프도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 대표와 3사 대표 간 거리도 멀어질 만큼 멀어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재무 정보를 장악한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터진 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물론 회생 계획을 포함한 수습 방안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언급한 티몬과 위메프 간 합병안도 양사 대표와 구체적으로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6일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명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후폭풍이 그룹의 존립 기반을 흔들 만큼 거세지자 구 대표 '손절'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