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달 추진 '전문의 중심병원' 시작 전부터 가시밭길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5 14:45

수정 2024.08.05 14:45

전공의 안돌아오고, 교수들도 사직하고 있어
PA간호사들에 대한 법적인 지위 문제도 지속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체질을 바꾸는 구조 전환에 나서지만 시작 전부터 가시밭길이 펼쳐지고 있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핵심적 요소다.

그동안 과도하게 전공의들에게 의존했던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을 180도 바꾸는 것이 목표로 9월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병원의 운영 정상화는 아직 요원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율은 1%를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마무리됐고, 비상진료체계 장기화에 따라 의대 교수들의 사직도 조용하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울 '진료지원(PA)' 간호사의 법제화도 아직 먼 이야기다.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전문의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의료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돌아와 수련을 이어가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거쳐 전문의를 양성해야 하는데 이번 의정갈등 사태 속에 전공의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총 7645명을 뽑기로 했지만 104명만 지원했다. 모집률은 1.36%에 그쳤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현장 이탈 이후 발생한 수련공백을 없애는 '수련특례'까지 주기로 했지만 복귀하는 전공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달 중 저조한 모집률을 높이기 위해 추가모집에 나설 예정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버텼던 전공의들이 추가적으로 모집을 한다고 해서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의 정상화와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구조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까지 의료 현장을 떠날 경우 의료공백 위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국립대병원 교수 사직자는 223명으로 전년 전체 사직자 수의 79.6%를 기록했다. 상반기 중 떠난 교수들이 연간 사직 교수의 80%에 육박한 것이다. 비상진료체계 장기화로 업무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교수들의 이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PA 간호사를 법적 제도화하는 '간호법'의 제정은 지지부진하다. PA 간호사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이후 시행하고 있는 비상진료체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에서도 전문의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PA 간호사는 1만3000명에 달한다.

간호법은 현재 여야에서 4개 법안이 발의됐고 지난달 22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다뤄졌지만 PA 간호사 제도화는 물론 법안의 명칭, 간호조무사 학력 기준 등 쟁점에서 여야 간 입장이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에서 PA 간호사들의 역할이 매우 큰 만큼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 간호사들이 응급환자 약물 투여, 수술 보조 등 일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2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기준 진료지원간호사로 병원에서 30일 이상 근무한 간호사는 근무 기간에 따라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40만원의 별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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