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중국의 배드민턴 선수 허빙자오(27)가 스페인 팀 배지를 들고 시상식에 올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과 맞붙은 허빙자오는 0-2로 패했다.
허빙자오는 경기가 끝난 뒤 네트로 다가가 안세영과 손바닥을 부딪치며 웃는 얼굴로 안세영의 우승을 축하했다.
깨끗하게 패배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낸 그의 모습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과 중국 관람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허빙자오는 시상식에서도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스페인 팀 배지를 손가락에 들고 시상대에 오른 허빙자오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들고나온 스페인 배지는 전날 자신과 4강전을 치르다가 불의의 부상으로 경기를 기권한 스페인 선수 카롤리나 마린을 위한 존중의 의미로 풀이된다.
전날 치러진 준결승전에서 마린은 게임 점수 1-0으로 앞서던 2게임 10-8에서 허빙자오의 공격을 수비하다가 오른쪽 무릎이 심하게 뒤틀린 바람에 고통을 호소하고 쓰러졌다. 더는 경기에 뛸 수 없다고 판단한 마린은 결국 기권했다.
마린의 기권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허빙자오는 "뛰어난 선수인 마린에게 미안하다"며 "마린이 시상식에 선 날 보기를 바랐고, 그가 곧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허빙자오가 스페인 베지를 들고 시상식에 오른 이유에 대해 "허빙자오가 마린을 존중하고, 그의 정신을 결승전까지 가져가겠다는 바람에서 스페인 배드민턴협회에서 받은 배지를 시상식에서 선보였다"고 전했다.
패자의 품격과 빛나는 동료애를 동시에 선사한 허빙자오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올림픽의 가치를 드높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