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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찬성’ 운용사들···펀드 의결권 공시도 ‘불성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6 12:00

수정 2024.08.06 12:00

공시 대상 법인에 대한 행사율 58.5%...94.6% 찬성
운용사 274곳 중 96.7%가 판단 근거 기재 미흡
2023년 12월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 의결권 행사 현환 / 자료=금융감독원
2023년 12월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 의결권 행사 현환 / 자료=금융감독원
[파이낸셜뉴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해 93% 이상 찬성표를 던진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공시 의무를 소홀하게 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단을 한 구체적인 근거를 기재하지 않고 자체 세부지침도 밝히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274개 공·사모 펀드를 점검한 결과 96.7%에 해당하는 265개사가 구체적 판단 근거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주주총회 영향 미미’나 ‘주주권 침해 없음’ 등 형식적으로 써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는 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참고할 수 있도록 안걸별 행사·불행사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며 “사유를 자사 세부지침에 근거한다면서 정작 세부지침은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121개사(44.2%)는 법규 나열 수준의 기본 정책만 공시하고 안건별 행사 근거가 규정된 세부지침은 공시하지 않았다. 51개사(18.6%)만이 지난해 10월 발표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사항을 반영했다.

거래소 공시 서식 작성 기준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운용사도 다수였다. 의안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운용사는 246곳(89.8%)이었다. 의안 유형(233개사·85.0%), 대상 법인과의 관계(198개사·72.3%) 등을 미기재 한 곳도 많았다.

펀드 의결권은 대체로 그 적정성을 판단하기 힘들었고, 불성실하게 행사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금감원이 1582개 안건을 살펴본 결과 71%인 1124건은 의결권 행사 사유의 불성실 공시로 인해 판단이 불가능했다. 114건(7.3%)은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내부지침과 달리 행사했다.

344건(21.7%)만이 의결권을 내부지침에 따라 적절히 행사한 것으로 판명됐다.

기본적으로 국내 펀드들은 의결권 행사 자체를 잘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공·사모 펀드가 보유한 의결권 공시대상 법인(중복 포함)은 9349개사로 집계됐다. 전체(19만3136개사) 4.8%에 해당한다. 이 중 행사 의결권 행사 종목 수는 5473개사로 58.5%다. 전체 95.2%를 차지하는 기타 법인에 대한 의결권 행사율은 27.0%였다.

의결권 행사 방향성은 유사했다. 각각에 대해 찬성률이 94.6%, 93.3%로 공시 여부와 무관하게 93% 이상이었다.

국내 공·사모 펀드(기관전용 사모펀드 제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76조4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다. 비상장주식(8조2000억원), 해외주식(47조7000억원) 등도 가지고 있다.
운용사별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주식 12조9000억원치를 보유하며 선두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12조3000억원), KB자산운용(6조6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투자자 이익을 위해 충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고 공시토록 한 자본시장법규 취지에 부합하지 못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에 드러나 미흡사항은 각 운용사에 전달해 개선을 유도하고 향후에도 관련 점검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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