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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한지수 소설집...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복간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6 13:16

수정 2024.08.06 13:16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 한지수 / 앤드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 한지수 / 앤드

한지수 소설가의 첫 단편 소설집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가 복간본으로 출간됐다.

이번 복간본은 2006년 등단 후 첫 출간된 한 작가의 소설집으로 문단에서 호평받은 단편소설 다수가 수록됐다.

책에 실린 7편의 작품들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수작들로, 특유의 빛나는 감성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공간적 배경이 주변부에 머무르지 않고 먼 나라 낯선 이국의 심층부까지 이르고 있어 서사의 영역이 두루 광범위하다.

화자가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 몸속의 자궁이 되기도 하고 외국에서 이주해온 동남아 여성이 되기도 한다.
국적과 성별, 사회적인 지위를 아우르는 작가의 시선과 주제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이다.

소설집은 차별과 소외로 자신의 ‘피’까지 갈고 싶은 사람들의 슬픔과 불친절한 세상에 대한 화답을 주제로 펼쳐진다.

수록작 '페르마타'에서는 주인공인 치과의사가 성공을 강요하는 어머니에게서 악착 같이 의사가 되길 바라는 아내의 삶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다.

한번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그는 ‘공황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신을 구하는 수단’이라는 말처럼 탈출구를 끝내 찾지 못한 사람이다.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에 등장하는 사이란은 태국에서 이주해 한국 남자와 살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과의 관계를 어렵사리 회복하면서 서툰 한국말로 ‘한우를 낳고 싶다’는 고백을 한다.

소를 수입해서 3년간 기르면 ‘국내산’이라고 표기할 수 있지만 진짜 한우는 본래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란 소를 말한다는 남편의 설명을 듣고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진짜가 되고 싶은 열망, 이주민이 아닌 정착민으로서 온전히 그들과 동등해지고 싶은 꿈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한편, 한 작가는 2006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천사와 미모사'가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소설집 ‘자정의 결혼식’, 장편소설 ‘헤밍웨이 사랑법’, ‘빠레, 살라맛 뽀’, ‘파묻힌 도시의 연인’, ‘40일의 발칙한 아내’ 등을 펴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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