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약물중독은 뇌질환… 공중보건적으로 접근, 사회복귀 도와야" [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6 18:38

수정 2024.08.06 18:39

<20>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
공동체 건강 위해 인식 개선 필요
'일종의 장애' 관점에서 봐주기를
가족도 외면… 경제적 빈곤 심해
치료·재활 넘어서 자립 지원 중요
일상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 줘야
의료용 마약 오남용 방지 총력
전체인구 38%에 처방 '증가세'
펜타닐 성분 정제·패치제 대상
'투약내역 확인제도' 시행나서
"복용 시 꼭 알고 먹어야" 강조
"약물중독은 뇌질환… 공중보건적으로 접근, 사회복귀 도와야" [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의료용 마약류 중독자가 공동체에 다시금 복귀할 수 있도록 그들의 고용에 대해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총괄하는 채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국장)은 지난 5일 기자를 만나 이 같은 말을 했다. 식약처의 역할이 단순 의료용 마약류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관리하는 것을 넘어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한 사람의 사회복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고민도 시작했다고도 전해줬다. 채 국장은 이런 고민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정부 부처가 공동체 구성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를 통해 사회의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봤다.

■"마약류 중독자, 공동체 복귀해야"

이날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채 국장은 마약류 중독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 국장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공동체의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고, 그들의 높은 재범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대다수의 마약류 중독자는 최소한의 경제공동체인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는 등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려면 이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재배치하고 경제적으로도 자립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중독자들은 일종의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며 "사법적 관점에서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보건적 관점에서 사회 재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채 국장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사회 재활이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를 둘러싼 식약처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역할을 위해 식약처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내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채 국장은 "마약류는 중독성이 있어 인체에 위해를 가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동시에 인체에 들어가 치료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약물이기도 하다"며 "의료용 마약류 사용자가 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고, 과거와 달리 현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을 통제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중독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까지 중점사항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약처의 변화 배경에는 지속해서 늘고 있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자 추이가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8.2%로 이는 2021년 36.2%와 비교해 2.0%p 상승했다.

관련해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을 보다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지난 6월 14일부터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제도는 의사가 환자에게 펜타닐을 처방할 때 1년간 해당 환자의 펜타닐 처방내역을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을 확인하고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의사·치과의사가 처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투약내역 확인 대상 마약류는 펜타닐 성분의 정제·패치제를 시작으로 향후 점차 대상 성분과 품목을 늘려갈 예정이다.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제도 관련 브리핑에서 채 국장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예방을 위한 정책을 세심하게 수립·시행해 국민이 의료용 마약류를 적정하게 처방받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마약류 예방부터 사회 재활까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 나은 사회 위해 노력 중"

채 국장은 약대를 졸업해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후 식약처 공무원이 됐다. 그 덕분에 약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식약처로 들어와 지식에 경험이 더해지면서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이 성장한 만큼 사회 변화를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채 국장은 "식약처에 들어와 단순히 약학적 지식에 매몰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 약학적 지식이란 전문성에 기반해 한국 사회가 더욱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며 "개인적 이익의 추구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직업 생활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특히 채 국장이 집중하는 것은 10년 또는 20년 후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채 국장은 "의료용 마약류 사용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지만 보건이란 것은 국가 책무 영역이 있고, 의료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 마약류"라며 "의료용 마약류에 있어서 자신이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는 알고 먹어야 한다. 그래야 중독에 걸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식약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도를 더욱 촘촘히 짜 나갈 것"이라고 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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