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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故이선균의 새로운 얼굴, 10·26 다룬 ‘행복의 나라’ [이 영화]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7 13:41

수정 2024.08.07 14:02

[NEW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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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다시 한 번 실존 사건·인물에 영화적 상상을 더한 팩션 시대극을 내놓았다. 영화 ‘파일럿’으로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 중인 조정석과 고(故) 이선균 그리고 유재명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영화 ‘행복의 나라’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과 영화 ‘서울의 봄’이 극적으로 다룬 12·12사태, 그 사이에 존재했던 군사재판을 소재로 한다. 영화에는 두 명의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수행비서관 박흥주 육군 대령을 모델로 한 박태주(이선균 분)와 12·12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전상두(유재명 분) 10·26사건 합동수사본부장 겸 국군보안사령관이다.

영화는 박태주의 시점으로 대통령 암살 사건을 재연하면서 시작한다. 중앙정보부장을 비롯한 사건 가담자들이 재판에 넘겨지고, 변호사 이만식이 이끄는 변호인단은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젊은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를 영입한다.

영화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직업적 신념을 저버리지 못하는 원칙주의자 군인 박태주와 불의에 분노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졌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을 줄 아는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며 타인의 삶을 짓밟는 전상두를 통해 그 시대의 풍경과 각기 다른 삶의 태도로 격동의 시기를 관통한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조정석이 연기한 가상의 인물 정인후는 실존 모델 캐릭터 박태주와 전상두 사이에서 관객들을 시대의 풍경 속으로 이끄는 주역이다. 코미디와 정극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조정석은 자칫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에 소소한 웃음을 안기며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조정석은 정인후에 대해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임과 동시에 제3자의 눈으로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정인후라는 변호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말투와 태도, 자세 등에서 시대적인 디테일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선균이 연기한 박태주는 어떻게 보면 전상두와 같은 군인 신분인데도 삶의 태도에 있어선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군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한 이면에는 상관의 지시에 따른 또 다른 이유도 있는 다층적인 인물로 이선균은 생전에 “강직한 군인에 포커스를 맞춰 연기했다”고 밝혔다.

추창민 감독은 박흥주 대령에 대해 “나조차도 잘 몰랐던 박흥주 대령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여야 불문하고 청빈하고 강직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이 사람을 한 번쯤은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재명은 이번 역할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실제로 깎고, 뽑으며 인물 구현에 힘을 썼다. ‘서울의 봄’에서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황정민과 달리 냉정하게 실존 인물을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유재명은 “박흥주와 박태주의 중심 서사를 해치지 않으려 애썼고, 전상두라는 인물이 가진 상징성을 최대한 절제해서 표현했다"고 말했다.

추창민 감독 역시 전상두에 대해 "특정한 누군가를 가리키기보다 시대가 주는 야만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의 봄’과 시대적 배경이 유사한 것과 관련해선 "'서울의 봄' 개봉 전 편집이 모두 끝난 상황이라 영향을 받거나 편집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쩌면 역사의 또 다른 줄기에 초점을 맞춰보면 새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979년의 시대적 분위기를 재현한 미술과 의상, 촬영 등 영화의 미장센도 볼거리다.
추창민 감독은 당시 영상물에서 주로 사용된 필름의 느낌을 내기 위해 고가의 장비인 ‘아나모픽 렌즈’를 100% 활용했다. 또 디지털 느낌이 나는 LED 조명은 최대한 배제하고 백열등을 많이 활용해 197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김재근 조명감독은 “할로겐 램프 가로등과 백열전구 램프는 요즘은 구하기도 힘들어 찾아다니고 직접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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