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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금투세가 주는 경기침체급 공포감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7 18:33

수정 2024.08.07 18:33

김병덕 증권부 부장
김병덕 증권부 부장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일 코스피지수가 100p 넘게 급락하더니 다음 거래일(5일)에는 무려 234p '폭락'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언론사들은 증시의 낙폭이 아무리 크더라도 폭락 대신 '급락'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하지만 이틀에 걸친 코스피지수 하락 폭은 폭락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증시 폭락의 원인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부분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였고, 일본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공포, 중동의 불안한 정세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은 폭락이 시작된 2일부터 반등이 나온 6일까지 단 3거래일 만에 코스피시장에서 2조5739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 충격을 배가시켰다. 특히 5일에는 1조5238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밀어내며 코스피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낸 날은 이번을 제외하고도 두 차례가 더 있다. 지난 5월 29일과 31일로 각각 1조273억원과 1조3368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수의 움직임은 이번과는 확연히 달랐다. 5월 29일 코스피지수는 45.55p(1.67%) 하락했고, 5월 31일에는 1.08p(0.04%) 상승했다. 당시에도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게 만든 요인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공포감이다.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결과치보다는 경기침체가, 엔 캐리트레이드가,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투자자들을 옥죄었다. 누구도 대응하기 어려웠던 갑작스러운 하락이었고, 여진은 진행 중이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황이 이어지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쯤이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라도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악에 받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루 만에 코스피지수가 8.77%, 코스닥지수가 11.30% 급락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야당은 금투세를 도입하고 싶은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투자자들이 공포에 떠는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발표만으로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였다.

야당 역시 투자자들의 눈치를 봤다. 연이은 폭락으로 비명이 쏟아지자 7일로 예정됐던 금투세 토론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이 준비했던 토론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애초부터 싸늘했다. "금투세를 찬성하는 패널들로 구성된 토론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감이 주는 것 이상으로 지금 투자자들에게 금투세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야당 관계자들은 증시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정작 시장을 움직이는 참여자들은 폭락에 대한 걱정뿐이다. 찬성자들은 금투세 대상이 수만명에 불과할 것이라며 밀어붙이는 모습이지만 시장에서는 그 수만명에서 시작되는 탈증시 움직임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시스템의 한 축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금투세 내년 시행을 반대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르짖어도 시장은 이미 금투세를 미국의 경기침체와 동급의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구조적인 악재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는 당연하다'는 논리는 그 방식이 반드시 금투세의 형태여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금투세를 두고 절박한 투자자와 기싸움을 하는 것 같은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도 안타깝다. 이대로면 5개월 후엔 금투세가 시행된다.
거대 야당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해 본다.

cynical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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