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진정한 반도체 강국 조건] 메모리는 강국, 장비는 변방 (중)

강경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4:38

수정 2024.08.13 14:38

올해 반도체 장비 시장 1090억弗 내년 17.4% 늘어난 1280억弗 '역대 최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방위 투자 예상 반면 반도체 장비 국산화 20% 불과해 글로벌 장비 ‘빅5’ 장악력 갈수록 높아져 "정부, 반도체 장비 경쟁력 강화 힘써야"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증착장비.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증착장비.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글로벌 반도체 장비 순위
순위 업체명 국가
1 ASML 네덜란드
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미국
3 램리서치 미국
4 도쿄일렉트론 일본
5 KLA 미국
6 ASM 네덜란드
7 스크린세미컨덕터솔루션즈 일본
8 나우라 중국
9 무라타 일본
10 세메스 한국
(가트너)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면서 내년에는 반도체 장비 시장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세계 최대 반도체 투자국인 우리나라에서 정작 돈을 벌어가는 것은 해외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시장조사기관 SEMI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이 전년 1063억달러보다 2.5% 증가한 10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보다 17.4% 늘어난 1280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올해를 기점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P4) 투자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 역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설을 위해 현재 청주 'M15X' 공장을 구축 중이며, 이를 내년 하반기 중 가동할 방침이다.
마찬가지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첫 번째 공장을 오는 2027년 5월 준공한다는 목표로 투자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렇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전방산업 업체들이 투자에 나서면서 주성엔지니어링과 신성이엔지, 한미반도체, 파크시스템스 등 후방산업에 속한 반도체 장비기업들을 중심으로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선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필요한 물질을 고르게 입히는 증착장비에 주력한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를 만드는 공간인 클린룸 설비에 강세를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HBM 필수장비인 TC본더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자리를 이어간다. 파크시스템스 역시 반도체 검사장비 일종인 원자현미경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에 올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수혜는 네덜란드 ASML과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반도체 장비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추정한 반도체 국산화 비율은 20%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하는 금액 중 80%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상위 10개 기업 중 우리나라 업체로는 세메스만 유일하게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세정장비 등을 생산하는 세메스는 삼성전자가 91.54%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대부분 장비를 삼성전자와 거래한다.

반도체 장비 상위 10개 기업 중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3곳은 미국 회사다. 또한 △도쿄일렉트론 △스크린세미컨덕터솔루션스 △무라타 등 3곳은 일본 업체다. '슈퍼을'로 불리는 ASML과 함께 ASM은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다. 특히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나우라(8위)가 10위권에 진입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구현하는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또 반도체 원판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식각장비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과점한다. 아울러 이온주입장비는 미국 베리안, 측정장비는 미국 KLA, 감광액 도포장비는 도쿄일렉트론이 각각 강세를 보인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반도체 장비 상위 5개사 점유율이 10년 전 40% 수준에서 현재 60%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반도체 회로선폭이 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로 미세화 하면서 갈수록 높은 기술력과 많은 자본을 요구하며, 이렇듯 '규모의 경제'에 따라 강한 기업들이 더욱 강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기술력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반도체 회로선폭 미세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에 있어 글로벌 표준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임영진 저스템 대표는 "ASML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장비기업들이 우리나라 수도권에 R&D센터 등을 잇달아 구축하는데, 부지와 투자 등에 있어 국내 업체들과 비교해 특혜나 역차별이 없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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