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영화계와 관객들 모두 기다렸던 '여름 시즌'이다. 국내 극장가는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번 여름에도 기대작들은 존재하기에 '희망'은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들을 탄생시킨 제작자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올여름 극장가에 또다시 격동의 현대사가 몰아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고(故) 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0.26과 12.12를 관통하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000만 흥행에 성공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파스필름 이준택, 오스카10 장진승 대표는 개봉 전 뉴스1과 만나 '행복의 나라'에 대해 "불행한 역사 속에서 가려진 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는 이준택 대표가 13년 전 박태주의 모티브가 된 박흥주 대령의 유서를 본 것을 계기로 기획을 시작했고,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팀을 거친 장진승 대표와 추창민 감독의 합류로 완성될 수 있었다. "한땀 한땀 공들였다"고 자신할 만큼, 두 제작자와 감독은 영화에 온 진정성을 쏟았다.
'행복의 나라'는 10.26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 박태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를 통해 박태주라는 인물이 군인으로서 상관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끝까지 군인으로서 올곧은 신념과 강직한 면모를 지키고자 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군인이 아닌 개인으로서 졸속 재판을 감당해야 했던 당시 야만적인 시대는 사무치는 큰 비극으로 다가온다. 두 제작자는 "이 시대에도 바보 같은 이런 사람 하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판타지가 있다"며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봐주기를 희망했다.
이준택, 장진승 대표는 '행복의 나라'로 의기투합하며 시너지를 냈다. 이 대표는 '주유소 습격사건'(1999)에 제작실장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역린'(2014) '형'(2016)의 공동제작자로 참여했고, 장 대표는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팀과 제작사 JK필름 등을 거쳐 '해적: 도깨비 깃발'(2022) '용감한 시민'(2023)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며 "그래서 하모니가 잘 맞는다"고 남다른 팀워크를 드러냈다. "'행복의 나라'가 대표적인 필모그래피가 됐으면 한다"는 두 제작자, 이준택 장진승 대표를 만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들어봤다.
-'행복의 나라' 개봉을 앞둔 소감은.
▶(장진승 대표) (심장이) 터질 것 같다.(웃음) 감독님 성향도 그렇고 초반 작업을 꼼꼼히 한땀 한땀 오래 했다. 보통 4~5개월 걸려 끝나는 작업인데, 그 이상을 열심히 하셨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였으니까 그만큼 더 간절함이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나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도 하다.
▶(이준택 대표) 긴장되고 설렌다. 지금까지는 (영화를) 우리 편끼리 만들었는데 이젠 밖으로 내보내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긴장되는 것 같다.
-'행복의 나라' 내부 시사회 반응은 어땠나.
▶(장진승 대표) 일단 기획적으로 신선하게 봐주셨다. 10.26과 12.12와 관련한 이야기는 (매체에서) 많이 보기도 했는데, 이런 얘기를 이런 시각으로 들어가서 본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선하고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또 긴장감 있게 봐주셨다는 반응, 집중해서 봐주셨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준택 대표) 모니터로 봐주신 분들은 약간 무겁게도 봐주신 것 같다. 생각보다도 더, 우리보다도 더 영화의 의미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주시더라. 또 이 소재 자체에 대해 일반적으로 보는 상업 영화와는 결이 다르게 보시는 것 같더라.
▶(장진승 대표) 좀 색다르게도 보시는 것 같다. 신파적으로 정의를 위해 싸우고 악을 무찌르는 걸 예상하고 보실 것 같은데, 저희는 조금 더 균형감, 밀도감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 같다. 아까 말씀드린 이런 것들은 조금 더 상쇄해서 보시는 분들이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왔다.
-이번 여름 개봉작으로 추진된 과정도 궁금하다.
▶(장진승 대표) 저희에겐 여러 가지로 영화의 의미가 많이 있었다. 공들여서 만들어온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 배급사와 상의할 때 대전제는 좀 더 많은 관객이 와서 볼 수 있는 시기였으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휴머니즘도 다루면서 무게감이 있으니까 한여름이 맞냐, 오히려 가을이나 겨울 찬 바람 불 때가 맞는 거냐 그런 얘기도 있었는데 여러 측면에서 관객들이 좀 편하게 많이 볼 수 있는 시기가 좋겠다고 투자 배급사에서 제안을 주셔서 거기에 이견이 없어 동의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흥행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공들여 만든 과정이 있으니까 많은 사람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
-10.26 이후 박흥주 대령 재판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됐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이야기인가.
▶(장진승 대표) 13년 전부터 이준택 대표가 기획했다.
▶(이준택 대표) 일단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는데 이분이 쓴 유서가 있더라. 40세에 돌아가셨는데 글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애들을 두고 돌아가실 수가 있었을까' '이런 글을 쓸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다가 '나라면 어땠을까'로 대입하게 됐다. 영화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다 보니 그렇게 출발했고, 그분을 통해서 당시 사건을 다시 알게 됐다. 그러면서 그분의 마음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이런 시각으로 10.26과 12.12와 관련한 작품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제일 큰 건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이후 허준석 작가가 시나리오를 써서 제게 보여줬고, 마지막 촬영 전 추창민 감독이 요즘 시대에 맞게 각색을 해줬다.
-두 제작자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장진승 대표) 저 역시도 투자 배급사에 있을 당시부터 이 시나리오가 얼마나 좋은지는 알았다. 이후 10년 정도 지났을 때 저는 독립해 있을 상태고 이준택 대표와는 투자 배급사에 있을 때도 작품을 계속 많이 하고 그랬다. 아주 너무 잘 아는 친한 형, 동생 같은 사이인데 어느 순간 '행복의 나라'를 다시 해보자고 하더라. 그렇게 좋은 시나리오를 내가 같이 제작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너무 반가웠다.
-추창민 감독의 합류는 어떻게 이뤄졌나.
▶(장진승 대표) 추창민 감독과 친분이 있어서 계속 작품 얘기를 주고받다 술 한잔하면서 감독님이 자꾸 속마음을 얘기하시더라. '옛날에 시나리오를 본 게 있는데 그게 자꾸 생각난다, 그걸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얘길 하더라. 그래서 '그게 뭔데요?'라고 물었는데 그 작품이 '행복의 나라'였다. 당시 놀랐지만 반가웠다기보다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때 그 느낌이 아닐 거다, 다시 한번 보고 판단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때 그 시나리오보다는 이렇게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설명하는데 그게 너무 느낌이 팍 오더라. '다시 한번만 더 보고 얘기해주세요'라고 하고 시나리오를 다시 보내드렸더니 '내가 본 거 이거 맞고, 나 이거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추창민 감독의 각색은 어땠나.
▶(이진택 대표) 이 영화가 감독님이 하시면서 원래 시나리오에서 더 성장시켜 주셨고, 감독님이 배우와 호흡을 맞추시면서 또 한 번 팔자를 다르게 성장시켜 주셨다. 후반 작업도 너무 지루하고 꼼꼼하게 하시는 분이라 그때 찍어둔 영화와 또 다른 영화로 성장시켜 주셨다.
▶(장진승 대표) 같은 내용이었지만 무게 중심도 옮기시고 그래서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를 써주셨다. 그 (각색된) 시나리오가 나오는 순간, 저희가 다 '이렇게 들어가면 되겠네요'라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다.
▶(이준택 대표) 저는 사람을 통해서 사건을 보니까 사실 이게(각색)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런데 감독님의 각색이 좋았던 건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 이쪽이 맞고 이쪽이 틀리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물론 감독도 자신의 어떤 관점이 있겠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으면서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쓰려고 애를 썼다. (판단은) 사실 관객의 몫이긴 하지만 사실 두렵기도 하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 어떤 생각을 하실까 궁금하긴 하다.
-제작자로서 본 추창민 감독은 어떤 연출가인가.
▶(이준택 대표) 감독님은 영화밖에 생각을 안 하시는 분이시다. 영화에 미친 분이다.(웃음) 그리고 추창민 감독님의 장점은 시선이 따뜻하다. 감독님 시선이 따뜻해서 영화 속 캐릭터에도 그 애정이 묻어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으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감독님은 현장에서 언성을 높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여러 감독님과 일해봤지만 이번에 사실 많이 배우기도 했다.
-법정신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텐데 제작 과정에서 고민한 부분이 있었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현하기 위해 힘쓴 부분은.
▶(장진승 대표) 일단 이게 유명한 사건의 재판이고, 희대의 재판이었기 때문에 법정 세트도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하려 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다시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이라는 말을 배우들도 많이 했었다. 세트부터 시작해서 외형적인 것부터 갖췄고 자료를 바탕으로 법정 내 모습을 최대한 구현했다. 당시 재판 공방이 엄청 치열했던 만큼,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영상화를 잘 해내려 했다.
▶(이준택 대표)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가서 작가가 자료들을 많이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동일 변호사님이 김재규에 관한 책을 직접 쓰시기도 했고 그런 것들을 참고한 것이 수정할 때 계속 조금씩 반영이 됐다.
-정인후라는 변호사를 가상의 인물로 만든 이유는.
▶(이준택 대표) 당시 실제 변호사님이 스물 몇 분이 계셨는데 우리가 그분들의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 않나. 관객들과 만나야 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대중적인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 박흥주를 위해 변호했던 여러 변호사들의 말은 정인후가 혼자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장진승 대표) 10.26과 12.12 사이 이 사건으로 관객과 같은 시선에서 똑같이 바라보고, 관객을 영화로 안내해서 들어가는 역할이 정인후다. 관객들과 똑같이 어떤 부담감이라든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라든지 이런 걸 쭉 쌓아가는 인물이다. 관객들에게 (영화 속으로) 안내하고 소개하는 어떤 그런 역할로서의 인물이 필요했던 셈이다.
<【여름대전: 제작자들】 이준택, 장진승 대표 편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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