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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김재규에 가려진 역사…더 많이 알길" [여름대전: 제작자들]

뉴스1

입력 2024.08.08 07:01

수정 2024.08.08 07:01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장진승 오스카10 대표(왼쪽)와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장진승 오스카10 대표(왼쪽)와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왼쪽), 장진승 오스카10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왼쪽), 장진승 오스카10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장진승 오스카10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장진승 오스카10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파파스필름 이준택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장진승 오스카10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자 장진승 오스카10 대표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편집자주]영화계와 관객들 모두 기다렸던 '여름 시즌'이다. 국내 극장가는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번 여름에도 기대작들은 존재하기에 '희망'은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들을 탄생시킨 제작자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올여름 극장가에 또 다시 격동의 현대사가 몰아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 (감독 추창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고(故) 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0.26과 12.12를 관통하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000만 흥행에 성공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파스필름 이준택, 오스카10 장진승 대표는 개봉 전 뉴스1과 만나 '행복의 나라'에 대해 "불행한 역사 속에서 가려진 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는 이준택 대표가 13년 전 박태주의 모티브가 된 박흥주 대령의 유서를 본 것을 계기로 기획을 시작했고,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팀을 거친 장진승 대표와 추창민 감독의 합류로 완성될 수 있었다.
"한땀 한땀 공들였다"고 자신할 만큼, 두 제작자와 감독은 영화에 온 진정성을 쏟았다.

'행복의 나라'는 10.26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 박태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를 통해 박태주라는 인물이 군인으로서 상관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끝까지 군인으로서 올곧은 신념과 강직한 면모를 지키고자 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군인이 아닌 개인으로서 졸속 재판을 감당해야 했던 당시 야만적인 시대는 사무치는 큰 비극으로 다가온다. 두 제작자는 "이 시대에도 바보 같은 이런 사람 하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판타지가 있다"며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봐주기를 희망했다.

이준택, 장진승 대표는 '행복의 나라'로 의기투합하며 시너지를 냈다. 이 대표는 '주유소 습격사건'(1999)에 제작실장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역린'(2014) '형'(2016)의 공동제작자로 참여했고, 장 대표는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팀과 제작사 JK필름 등을 거쳐 '해적: 도깨비 깃발'(2022) '용감한 시민'(2023)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며 "그래서 하모니가 잘 맞는다"고 남다른 팀워크를 드러냈다. "'행복의 나라'가 대표적인 필모그래피가 됐으면 한다"는 두 제작자, 이준택 장진승 대표를 만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들어봤다.

<【여름대전: 제작자들】 이준택, 장진승 대표 편①에 이어>

-조정석 배우와 '역린' '형'을 함께 했었는데, 이번 작품에도 조정석을 캐스팅한 이유는.

▶(이준택 대표) 일단은 유연한 게 좋았다. 연기를 유연하게 잘하지 않나. 정인후라는 캐릭터는 관객과 똑같은 관점에서 시작한다. '대통령을 죽인 게 맞잖아요, 왜 죽였어요?'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그 사람을 꼭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는 건데 조정석 배우가 워낙 연기를 유연하게 잘하니까 그런 걸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장진승 대표) 제일 매력을 느낀 건 '신선함'이었다. 조정석 하면 우리나라에서 코미디를 가장 잘하는 배우 중 한명이지 않나. '조정석이 이렇게 진지한 걸 한다고?'라는 궁금증이 먹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기대보다 몇 배 이상 잘해줬다. 조정석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조정석 배우가 미팅 때부터 시나리오를 보면서 연기를 하고 있더라. 이 인물에 너무 빠져들어서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에 본인도 놀랐다고 하더라. 이 작품을 하기로 한 자리가 아니라, 서로 만나서 조율하는 자리인데도 조정석 배우가 이미 작품에 정말 몰입해 있어서 '이 작품을 하겠구나'라는 확신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자리에서 조정석 배우가 잘해보고 싶다고 해주더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모티브가 된 전상두 역할의 유재명은 어땠나.

▶(장진승 대표) 전상두는 나오는 분량에 비해 조금만 넣어도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영화에 담는 것이 고민이 됐다. 물론 감독님께서 더 고민이 컸을 거다. 외모적인 건 싱크로율을 최대한 맞추려고 했고, 유재명 배우도 전혀 거부감 없이 하겠다고 했다. 분장이 아니라 머리를 미는 것으로 하겠다고 하더라.

▶(이준택 대표) 이 인물을 여러 배우가 연기를 하긴 했다. 우리 시나리오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처음 사건 발생 몇 시간 만에 이 정보를 알고 굉장히 빠르게 장악하는, 치밀하고 용의주도하고 리더십이 있는 인물로 묘사돼 있다. 기존 표현 방식이 단선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면, 저희는 그것보다 조금 더 입체적이다. 객관적으로 인물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는 정도의 표현을 담으려 노력했다.

-'행복의 나라'는 고 이선균 배우의 유작 중 한 편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두 제작자가 회상하는 현장에서의 이선균은.

▶(장진승 대표) 배우들이 현장에서 너무 재밌었다. 조정석 배우가 나이가 어리고 막내인데도 사람들을 다 챙기는 구심점이었다. 조정석 배우와 유재명 배우는 작품 경험이 있지만 이선균 배우는 서로 친분이 없던 관계였다. 어쨌든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중심에 있으면서 셋이도 너무 잘 뭉치고 서로 신뢰가 쌓여갔다. 또한 감독과 배우 사이에도 어떤 창작을 하면서 뭔가 만들어간 과정이 너무 치열하고 탄탄했다. 그러다 보니 변호인단과 군인 역할 하시는 분들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드니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선균 배우도 그런 부분에서는 현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또 본인이 연기라는 것에 대한 애정이 많다 보니 이 작품을 너무 좋아했다. 그 역시도 이런 역할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고민도 많이 하기도 했고 200% 이상 잘 해내 줬다. 이 영화를 보시면 배우 이선균이 정말 잘 보이게 될 거다.

▶(이준택 대표) 저는 오래 기획하고 준비해 왔다. 현실이 아닌 꿈처럼 이선균 배우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앞에서 연기를 해주니까 매일 좋았다.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싫은 장면이 하나도 없을 만큼 좋았다. 십몇년을 머릿속에 혼자 생각했던 것들이 구체화되다 보니 판타지가 실현된 순간처럼 다가왔다.

-노래 제목이기도 한 영화의 제목에 대한 의견은 어땠나.

▶(이준택 대표) 반어적이기도 하면서 이상적이기도 한 그런 게 없을까 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게 '행복의 나라'였다. 영화를 보면 한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제목 같다.

-두 제작자 간의 시너지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또 롤을 어떻게 나눠서 협업했나.

▶(이준택 대표) 사실 저는 십몇년 하면서 지치기도 했다.(웃음) 반면 장 대표는 에너지가 많다. 현장에서 배우들도 돌보면서 애를 많이 써줘서 힘이 됐다. 장 대표는 투자사 쪽에 있었고 저는 조감독부터 해서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같은 영화를 하지만 좀 다르다. 성향도, 성격도 다르다. 제가 웅크리고 있으면 장 대표가 길을 터주기도 하는 게 있다.

▶(장진승 대표) 다른 분야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제가 부족하거나 모자란 부분은 항상 이 대표님이 채워주신다. 반면 이 대표님이 버거워하시거나 어려워하시는 일들은 제가 하기엔 너무나 수월한 일이다. 그런 것들이 이제 하모니가 잘 맞는 게 아닌가 한다.

▶(이준택 대표) 영화하면서 이렇게 편했던 적이 없다. 저는 현장만 보고 있었고 (장 대표가) 투자사 분들 만나서 정리를 부드럽게 해줬기 때문에 일하면서 투자자분들에게 전화 한번 받은 적이 없다. 다른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장 대표에게 계속 같이하자고 하는 이유도 나는 내가 잘하는 것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장 대표가 정리해 줄 수도 있으니까 사실 그런 점이 좋다. 저로서는 투자사를 가기 전에 미리 투자사를 한 번 거치는 셈이다. 장 대표가 오케이를 하면 '이건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있는 거고 그만큼 신뢰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두 분의 지속적인 협업이 기대되는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공통적인 공감대가 있어서 가능했나.

▶(이준택 대표) 주변에서 더 자극적인 영화를 해보라는 소리를 많이 듣긴 한다. 그런데 성향이 그렇지 못하다.(웃음) 스릴러 같은 장르보다 이런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너무 이쪽으로 경도될 때는 장 대표가 끌어준다. 장 대표도 사실 마음속에서는 따뜻한 영화를 좋아한다. 이분이 CJ에서 투자해서 성공했던 작품들 중에도 따뜻했던 이야기가 많다.

▶(장진승 대표) 시장에 적응하려면 한쪽으로 치우친 것보다는 다양한 걸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떤 걸 더 잘하냐, 못하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콘텐츠라면 관심을 갖고 해보려 한다.

-제작자들 입장에선 갈수록 관객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이런 시장을 보면서 제작자로서의 고민은 무엇인가.

▶(장진승 대표) 고민이 많지만 아직 답은 못 찾은 것 같다.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높아졌거나, 냉정해졌다는 건 인지했다. 결국 그 눈높이에 맞는 퀄리티를 높여서 좋은 작품을 만들거나 기획도 면밀히 분석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 답을 잘 모르겠지만 계속 지켜보는 상황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지점을 느끼길 바라나.

▶(이준택 대표) 10.26 하면 누구나 김재규를 떠올린다. 이분이 육사 출신으로 높이 올라갔음에도 달동네 단칸방에서 너무 청렴결백하게 사신 것에 꽂혔다. 정인후도 처음에 박태주를 믿지 않았던 것처럼, 이분이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는 쟁점은 분명히 생기겠지만,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역사 뒤편에 계셨던 이분의 이야기가 다시 재조명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다.

▶(이준택 대표) 불행한 역사 속에서 가려진 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과거의 일을 영화로 만드는 이유는 과거의 일을 통해 우린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걸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되새겨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장진승 대표) 극 중 '대한민국은 김재규 부장 외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라는 대사가 있다. 김 부장 외 6명이 기소되고 재판을 받는데, 그 대사가 와닿았던 것 같다. 우리는 김재규를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결국은 김 부장 외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박흥주 대령이라는 분은 세상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가는 보시는 분들이 하시겠지만 정보를 접했을 때 마음이 뭉클했고, 이 시대에도 바보 같은 이런 사람 하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판타지가 있다.

-12.12를 다룬 '서울의 봄'이 1000만 흥행을 했다.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흥행 시너지를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

▶(장진승 대표) 저희는 '서울의 봄'과 다르게 휴머니즘이 크기 때문에 영화가 결이 완전히 다르지만, 시너지도 분명 있을 거라고 믿는다. 초창기 관객들과 모니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보다 현대사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MZ세대 중에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느꼈다. (현대사를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숙제가 있었는데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그런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들이 있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들에 대해서는 다 환기가 됐으니까, 관객분들이 학습돼 있으니까 보시기에 조금 더 쉽고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두 제작자의 필모그래피에서 '행복의 나라'는 어떤 작품이 될 것 같나.

▶(장진승 대표) 어느 순간까지는 수능 시험 보는 수험생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감독님이 좋은 글을 써주셨으면 그다음엔 캐스팅이 잘 돼야 하는데, 유명 배우가 캐스팅될 때까지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었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부담이 크기도 했지만 이상적인 걸 이뤄가면서 쾌감도 있었는데, 경험이 미천하긴 하지만 자랑스럽고 자랑할 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좋은 배우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고, 감독님께도 너무 많은 걸 배웠다. 흥행을 떠나서 이 작품을 사람들이 많이 보고 좋은 평가를 해주면 좋겠지만, 설사 그게 따라오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걸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 자랑스러운 필모가 되지 않을까 믿고 있다.

▶(장진승 대표) 저는 이 영화를 하고 하루하루가 선물이었다.
이 영화가 잘 돼서 저를 대표할 수 있는 필모그래피가 됐으면 좋겠다. 제 마음속 나만의 필모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저 역시도 오랫동안 바랐던 작품이 영화화됐기 때문에 이룰 건 다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제 마음속 몇몇 사람들 가슴 속에만 남는 필모가 되진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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