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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끝났니? 복직하지 말고 퇴사해"..女변호사 해고한 로펌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8 08:33

수정 2024.08.08 08:47

업무 복귀 열흘 앞두고 해고한 법무법인 "업계 관행"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패소
AI 이미지 /뤼튼
AI 이미지 /뤼튼

[파이낸셜뉴스] 출산과 육아휴직 후 업무 복귀를 앞둔 여성 변호사를 돌연 해고한 법무법인이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해당 법무법인은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둘째 출산 후 해고통보 받은 엄마변호사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1부(부장판사 오현규·김유진·하태한)는 A법무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법무법인 소속으로 일했던 B변호사는 둘째 자녀 출산을 3개월 앞둔 지난 2020년 10월 법인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계획안을 제출했다. 출산 준비를 겸해 첫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3개월 쓰고, 둘째를 출산하면 그때부터 출산휴가로 약 3개월을 쓴 뒤 2021년 4월경에 복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육아와 출산휴가를 합쳐 6개월을 쉰 뒤 복직을 준비하던 B변호사는 복직을 열흘 앞둔 2021년 4월 초, 법인의 총무부장으로부터 "대표 변호사가 출산휴가 이후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결국 B변호사는 복직하지 않고, 같은 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여 "A법인은 B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노동위 구제' 불복한 로펌.. 2심 모두 패소

A법인은 이에 불복해 재심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법인은 "여성 변호사의 출산 시 기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은 변호사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A법인 소속의 다른 여성 변호사들도 출산과 동시에 사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B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변호사 업계에 그 같은 관행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설령 관행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여성 변호사의 경력 단절과 고용 불안의 부담을 초래하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라고 지적하며 "B변호사가 이를 수용해 사직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나아가 이러한 관행이나 여성 변호사의 의사에 반하는 선례는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A법인이 출산휴가 기간 중에 B변호사를 해고하고, 해고 시 B변호사에게 구체적인 해고 사유와 시기를 기재한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해고를 부당 해고로 판단한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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