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가자지구 휴전 협상 마비, 평화 여부는 美 손에 달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8 10:05

수정 2024.08.08 10:05

약 10개월간 이어진 전쟁, 가자지구 사망자 4만명 육박
지난달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암살로 휴전 협상 마비
아랍 관계자들은 美가 이스라엘 옥죄지 않으면 협상 없다고 지적
새로운 하마스 지도자, 협상보다 저항으로 기울 듯
美, 휴전 협상 진행중이라고 강조 "최종 단계"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칸유니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부서진 거리를 지나고 있다.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칸유니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부서진 거리를 지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몇 주 사이 이스라엘과 이란·하마스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증폭된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휴전 협상이 사실상 멈췄다고 알려졌다. 협상을 돕던 중동 국가들은 미국이 직접 나서 이스라엘을 압박하지 않으면 추가 협상이 어렵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협상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사망자 곧 4만명, 아랍 중재 마비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 아라비야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한 전쟁 사망자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3만9677명이었으며 누적 9만1645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약 1200명이 숨졌던 이스라엘은, 이후 하마스 소탕 작전을 개시하여 이달 7일 까지 총 680명의 군인을 잃었다. 부상자는 4093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부터 카타르와 이집트, 미국의 중재로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진행했던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하마스를 돕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같은날 이란에서는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이 폭사했다. 이란 및 이란 연계 조직들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을 선언했다.

2명의 아랍 외교 관계자들은 7일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을 통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네타냐후를 추가로 압박하지 않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달 4일 카타르와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의 영구 휴전 및 휴전 이후 가자지구 통치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네타냐후가 하마스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조건을 붙여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TOI와 접촉한 한 관계자는 카타르와 이집트 중재자들이 최근 사태에 좌절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안보 후원자인 미국이 네타냐후를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 영향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미국이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네타냐후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이스라엘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10월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국장(왼쪽)과 군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팔레스타인 중앙 선거 위원회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019년 10월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국장(왼쪽)과 군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팔레스타인 중앙 선거 위원회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협상 불씨 살리려는 美, 하마스 강경파 변수
하마스는 6일 발표에서 가자지구에서 전투 부대를 지휘중인 야히야 신와르가 사망한 하니예를 이어 새로운 정치국장이 되었다고 밝혔다. 올해 62세인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강경파다. 하마스 관계자는 6일 프랑스 AFP통신을 통해 신와르 선출이 "점령 세력(이스라엘)에 계속 저항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신와르를 겨냥해 "그를 하루빨리 제거하고 이 사악한 조직을 지구상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의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도 7일 이스라엘 텔노프 공군기지를 방문해 신와르를 언급하고 "우리는 그를 찾아내 공격할 것"이라며 "하마스가 다시 한 번 정치국 수장을 교체하게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눈 지역에 대피령을 내리고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이날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신와르가 "테러리스트"라며 "그는 자기 손에 끔찍하게 많은 피를 묻혔다"고 강조했다. 커비는 신와르가 "지난해 10월 7일 이뤄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설계자 역할을 했고, 그의 손에 묻은 피의 일부는 미국인의 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휴전 협상을 언급하고 "신와르는 지난 9개월 동안 이뤄진 협상 과정에서 최고 결정권자였다"며 "그 점에 있어 아무것도 실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커비는 중동 관계자들의 주장과 달리 휴전 협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협상 타결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타르·이집트 정상이 전화 통화를 했다며 휴전 협상이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커비는 "우리는 중동 지역 전체에서 지금 상당히 집중적인 몇몇 외교 논의에 관여하고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보복에 대해 "우리는 모든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7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7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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