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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자 안 내려가?"...韓은행서 뺨 맞고 美연준에 화풀이[이창훈의 삶코노미]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9 07:00

수정 2024.08.09 07:00

'저금리 종말' 3년만에 '고금리' 전환 예고
美 금리 9월 인하설 대두...국내 금리도 변동성↑
기준금리 변한다고 대출 금리 낮아질까...시중은행 '결심' 必

기준금리 정책 설명하는 파월 (워싱턴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02 passion@yna.co.kr (끝)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정책 설명하는 파월 (워싱턴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02 passion@yna.co.kr (끝)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고금리에도 흔들리지 않던 미국 경기가 드디어 주춤하는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전 세계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가계부채 1000조원을 돌파한 우리나라 역시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제롬 파월 의장의 '옥음'을 기다리는 처지입니다.

9월 '빅컷'(-0.5%p)에 대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며 시장의 기대는 커지는 중입니다. 꽤 길게 이어지던 '초저금리 시대'에 행복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에도 못미치는 기준금리를 유지했죠. 가산 금리 등을 제쳐 놓고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1억원을 빌려도 연 이자가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이율입니다.
월 1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당장 자산을 1억원 늘릴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던 시대였습니다.

불현듯 고금리 못지 않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고물가의 체험이 지금의 사태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러·우 전쟁과 중동 불안 등으로 물가는 무섭게 올랐습니다. 유럽에서 넘어오는 유통경로가 막히고, 우크라이나의 옥토가 생산을 멈추는 등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였죠.

시간이 지나고 불안정성이 어느정도 해소된 이후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았습니다. 한 번 오른 가격은 '할인 이벤트' 등으로 잠깐 잠깐 내려올 뿐 결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 번 올라간 이자는 과연 다시 내려올까요? 아마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원자재' 담당 제롬 파월 의장이 아닌 우리나라의 은행에게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제 가격' 반영했는데..."예금보다 대출 많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주면, 이것을 시중 은행에서 반영해 우리에게 금융상품으로 제공합니다. 우리가 돈을 맡기면 예금과 적금, 빌리면 대출 형태의 상품을 주고받는 셈이죠.

여기서 은행은 통상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에 약간의 차이를 둬서 자신들의 이익으로 삼게 됩니다. 이 차이가 클수록 '예대마진'도 늘어나고 은행의 수익도 늘어납니다.

[그래픽] 은행권 예대금리차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 즉 예대금리차는 1.78%포인트로 전월(1.63%)보다 0.15%포인트 커졌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사진=연합뉴스
[그래픽] 은행권 예대금리차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 즉 예대금리차는 1.78%포인트로 전월(1.63%)보다 0.15%포인트 커졌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시작으로 고금리 시대가 오며 시중은행도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대출 금리의 인상폭이 조금 더 컸죠. 많은 사람들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며 '예금 이자 10%'의 추억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얄궂게도 위기는 절반만 돌아왔습니다. 대출금리는 체감상 10%에 가까워졌지만 에금 금리는 여전히 5%를 밑돌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났죠. 2021년에 비하면 분명한 고금리에도 조금만 금리가 낮은 상품이 나오면 즉시 대출을 받아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에 돈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은행으로서는 상품 가격을 올렸는데도 고객이 늘어나는 호황이 지속된 셈입니다.

은행은 기준금리에 각종 가산금리를 더해 시중금리를 책정합니다. 정부가 과자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책정하는 대출상품의 가격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미국의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대출 금리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우리의 기대에 불과하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한계 닥친 '가계부채'...銀 상생방안 찾아야
월 10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1억원을 만드는 마법이 이뤄지는 시기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20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2010년 1000조원, 2020년 2000조원, 올해 1·4분기 기준으로는 2250조원 수준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99% 수준으로 고금리를 시작한 미국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그래픽] 주요국 가계 부채 비율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사진=연합뉴스
[그래픽] 주요국 가계 부채 비율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지난해부터 유지하고 있는 금리 상단은 3.5%, 유럽중앙은행(ECB) 4.25%와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이나 아직 개도국 상태에 머무른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가 가장 큰 셈이죠.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국내의 달러가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위험을 우리는 왜 감수했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그보다 더 큰 위협이 우리 경제에 이미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호황을 떠받치던 국민들의 여력도 3년여의 고금리 시기 동안 대부분 고갈된 상태입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총액은 지난 1·4분기 기준 1조3560억원으로 1년 전(9870억원)보다 37.4% 급증했습니다. 대출은 많이 팔았지만, 이제 미정산 위협을 떠안게 된 셈이죠.

수많은 리스크 속에서, '국제 금리'와 다름없는 미국이 드디어 가격 인하에 들어설 전망입니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와 동일한 논리로 가격이 내릴 수 있다는 선례를, 모든 소비자가 바라는 중입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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