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자금난에 녹색금융 멀어지는 中企...한은 “그린 CLO 도입해 조달금리 낮춰야”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8 12:00

수정 2024.08.08 12:00

중장기 자금조달 어려운 중소기업, 녹색금융 난항
그린 CLO 도입 시 중소기업 조달금리 최대 262bp↓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의 녹색금융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녹색담보대출 담보부 유동화증권(그린 CLO)를 발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용도가 떨어져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중소기업에게 자본시장과 연계된 대출제도를 마련해줘야 저탄소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에 장기로 빌려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그린 CLO 도입 방안’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규제가 임박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저탄소경제 전환을 위한 생산구조 개혁 압력이 커지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친환경 투자에 소극적이다. 시설투자 자금을 은행 단기대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신용도가 낮아 채권발행을 통한 중장기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린 CLO 발행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린 CLO 제는 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취급한 녹색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체계다. 은행의 대출심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수의 소규모 녹색대출을 선별할 수 있고, 이차보전 등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을 동반하지 않는다.

특히 다수의 소규모 중소기업대출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출유동화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 자산유동화 프로그램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 P-CBO, 자산관리공사의 CLO 등이 있으나, 정부 또는 정책금융기관이 직접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상당 규모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실제 그린 CLO를 활용하면 중소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낮출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말 기준 은행의 저신용(신용등급 6등급 기준) 중소기업에 대한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담보대출 6.1%, 신용대출 8.1% 수준이었던 데 반해, 동일한 중견·중소기업이 그린 CLO에 참여했을 때 적용 가능한 대출금리는 담보대출 약 5.0%, 신용대출 5.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감안할 때 그린 CLO 활용시 중소기업의 조달금리는 담보대출 기준으로는 최대 114bp(1bp=0.01%p)까지, 신용대출 기준으로는 최대 262bp까지 낮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그린 CLO 발행구조 및 주요 참여주체. 한국은행 제공.
그린 CLO 발행구조 및 주요 참여주체. 한국은행 제공.
보고서는 그린 CLO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러 정책사항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재 녹색대출 분류기준이 부재하므로 그린 CLO 대상 녹색대출을 기술 상용화가 완료되고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검증된 설비 관련 대출에 우선 적용하고, ‘녹색여신 관리지침’ 수립 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올해 중 발표를 목표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나, 동 지침이 신용시장에서 정착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녹색대출 취급시점에 녹색금융 여부를 검증하므로 녹색채권 발행 전 외부기관 검토 절차를 생략하고, 2030년까지 채권 발행 후 검토를 은행이 담당토록 하는 등의 인증절차 간소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센티브 제고를 위해 탄소저감기술에 투자하는 중소기업에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거나 상쇄배출권 획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박상훈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그린 CLO의 도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장기투자자금 공급 기능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녹색투자처 제공, 우리나라 녹색금융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설비투자자금 조달을 주로 은행 단기대출에 의존해온 중소기업이 탄소감축설비 도입에 필요한 장기자금을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