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사이트서 '계좌 환불 대기' 상태라는 이유로
티몬이 '환불 불가 대상'으로 카카오페이 측에 고지
실제 티몬서 들어온 환불금 '0원'
티몬이 '환불 불가 대상'으로 카카오페이 측에 고지
실제 티몬서 들어온 환불금 '0원'
[파이낸셜뉴스] #A씨는 지난 2월 23일 선민투어 도쿄 왕복항공권(5인) 94만9000원어치를 티몬에서 결제했다. 이후 도쿄 출발 15시간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4시께 선민투어를 통해 "대금지연으로 재결제하지 않으면 항공권이 취소된다"는 연락을 받아 다른 카드로 114만원을 추가 결제했으며, 당시 여행사를 통해 티몬에서 결제한 금액은 환불될 거라고 안내받았다. 이후 여행사 측에서 23일(티메프 사태 발생 당일) 티몬에 환불요청 처리했으나 현재까지 '계좌환불 대기' 상태로 묶여 있으며 들어온 환불금은 0원이었다. 이후 A씨는 카카오페이에 환불을 신청했으나 7일 오후 8시 7분께 카카오페이에서 "티몬이 보내준 데이터 상 서비스나 물품 제공이 완료됐거나 자체 환불돼 카카오페이 환불이 어렵다"는 내용의 알림톡을 받았다.
#선민투어가 티몬에서 판매한 제주항공 제주항공권 왕복 18장(9명)을 약 180만원에 구매한 B씨는 티메프 사태 이후 여행사에서 비행기 출발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지난달 23일 항공권 환불을 요청, 티몬 고객센터에서 수수료 없이 100% 환불을 약속받았다. 이후 카카오페이 취소 실패로 계좌 환불을 진행하겠다던 티몬은 결제창에서 환불 상태를 '환불 완료'로 변경했지만 환불 금액은 입금되지 않았으며 B씨의 환불 내역은 아직까지 '계좌 환불 대기' 상태다. B씨는 이후 카카오페이 선환불을 신청했지만 환불 불가 통보를 받았다. B씨는 "10월 항공권이라 아직 탄 적도 없는데 서비스 제공이 완료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정산지연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티몬 측의 잘못된 전산 처리로 인해 환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선환불을 요청한 고객 중 일부가 티몬 사이트 상 '계좌 환불 대기' 상태 라는 이유로 환불불가 대상으로 분류돼 카카오페이에서 환불을 받지 못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가 촉발한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정부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촉구하고 나섰다.
9일 파이낸셜뉴스가 티몬에서 항공권, 가전제품 등을 구매했던 피해자 20여 명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페이 선환불 과정에서 환불 불가 통보를 받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환불 사각지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티메프 측에서 보낸 데이터를 참고해 중복환불이 되지 않도록 크로스체크를 거쳐 환불을 진행하고 있는데, 티몬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환불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좌 환불 대기' 상태로 분류된 고객이 이미 환불받은 것처럼 카카오페이 측에 고지한 것이 사태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현재 카카오페이 측은 환불 불가 판정을 내린 고객을 상대로 "티몬·위메프로부터 회원님께서 신청해 주신 내역은 이미 서비스 제공(또는 물품 배송 등)이 완료됐거나 자체 환불이 이뤄졌다는 내용을 고지받았다"는 취지의 알림톡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보를 받은 소비자 대부분은 "티몬 측에서 받은 환불금액이 0원이고 항공권 이용일이 아직 지나지 않아 비행기를 탄 적도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달 3일 티몬과 카카오페이를 통해 내달 13일과 16일 운행하는 김포-제주, 제주-김포 편도항공권을 결제한 C씨(지난달 25일 오전 9시 35분께 환불 요청 후 계좌환불 대기)와 내달 17일과 23일 각각 출발하는 대구-제주 편도항공권을 결제한 D씨(지난달 24일 오후 1시 17분께 환불요청 후 계좌 환불 대기) 등은 "상품의 배송상태 및 환불상태 모두 티몬 측에서 마음대로 설정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항공권 이용일까지 최소 5일~최대 두 달 이상이 남은 고객 중 환불금을 받지 못한 고객 상당수가 주문내역 창에 '환불완료', '계좌 환불 대기' 상태라고 기재돼 있다는 이유로 카카오페이 환불을 거절당했다.
티몬 상담센터에서는 "통상 계좌 환불까지 3일~5일 소요되지만 현재 사태로 인해서 언제 환불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담원은 "현재 기업 회생 신청 상태라 법원의 보전 처분이나 포괄적 금지 명령에 따라 바로 환불되고 있지 않다. 정확하게 언제쯤 (환불)된다는 일정을 전달받지도 못한 상황이라 계속 기다려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티몬 측의 잘못된 전산 처리로 인해 소비자들은 티몬에서도, 카카오페이에서도 환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티몬은 현재 '환불 완료'나 '계좌 환불 대기' 등 마치 환불 조치가 이행된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수정할 의사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7월 2일 티몬에서 담양 객실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던 제보자 고모씨가 보낸 녹취록에 따르면 티몬 고객센터는 "환불 완료라는 문구를 '환불이 안 됐다'는 내용으로 바꿔줄 수 없느냐"는 고모씨의 질문에 "이 부분 변경 처리는 어렵다"고 전달했다.
현 사태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카카오페이도 티메프의 데이터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진행했으나, 현재 데이터로는 티메프에서 고지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서비스 제공(또는 물품 배송) 혹은 자체 환불 상태에 대해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실 경우 서비스 미제공·미환불에 대한 정정된 증빙자료를 모아주시기 바라며, 카카오페이 고객센터로 연락하면 재검토 절차 안내와 함께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체 (환불 건수)를 놓고 미처리된 건의 경우의 수를 따져 분류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거래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으니 공정위가 (소비자 문제 해결을) 담당해야 하고, 거래상의 문제는 금융당국이 맡는 등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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