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보증금·선불금' 보호장치 없다...리스·상조·여행 피해구제 5년간 4500건

서혜진 기자,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1 15:12

수정 2024.08.11 15:12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개 카드사에 접수된 소비자 결제취소 이의제기 건수가 나흘만에 8만건을 넘어섰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2024.7.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사진=뉴스1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개 카드사에 접수된 소비자 결제취소 이의제기 건수가 나흘만에 8만건을 넘어섰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2024.7.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사진=뉴스1

최근 5년간 자동차리스/상조/여행 품목의 계약관련 피해구제 현황
(건)
자동차리스 상조서비스 여행
2019년 7 126 813
2020년 26 132 1075
2021년 4 107 257
2022년 7 126 394
2023년 4 120 774
2024년(1~6월) 5 61 433
합계 53 672 3746
(한국소비자원. 해지/위약금, 계약불이행, 청약철회 등 계약 관련)

[파이낸셜뉴스]#A씨는 지난 2017년 B 상조회사와 상조서비스 이용계약(총 계약금액 390만원, 월 납임금 3만원 130회 납부 조건)을 체결했다. A씨는 이후 상조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지난해 11월 B 상조회사에 등기 우편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환급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B 상조회사는 차일피일 해지환급금 지급을 미뤘다. 참다 못한 A씨는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요청했다.

#C씨는 지난해 11월 27개월의 리스를 끝내기 위해 D 자동차리스 회사에 보증금 반환을 신청했지만 회사 관계자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결국 캐피털사에 돌려줘야 할 대출을 C씨가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7개월 동안 김씨는 D사 지원금을 포함해 월 110만원씩 2970만원을 냈지만 캐피털사 대출이자(연 8.5%) 등을 포함해 여전히 4989만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 공백이 있는 대표적인 '금융 그레이존(grey zone)'인 리스·상조·여행업에서 보증금 미지급 등 계약 관련 문제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구제가 올해 상반기에만 5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반 동안 진행된 소비자 피해구제는 4500건에 육박한다. '조 단위' 피해금액이 예상되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다급하게 이커머스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곳곳에 '규제 사각지대'가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가 11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동차리스·상조·여행 품목의 계약 관련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피해구제 건수는 499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자동차리스와 상조서비스에서 각각 5건과 61건, 여행 품목에서 433건에 달하는 계약 관련 피해구제가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 반 동안 진행된 피해구제 건수는 4471건에 달했다. 매년 800건 꼴로 피해구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소비자가 상당액의 보증금·선불금을 지불해야 하는 리스·상조·여행 업계는 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대표적인 '금융 그레이존'이다.

기업 또는 개인이 필요한 각종 시설·설비 등을 금융회사가 대신 구입한 뒤 일정 기간 동안 대여하면서 사용료(리스료)를 받는 금융 서비스인 리스에서는 보증금 먹튀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 수천억원 규모의 자동차 리스 보증금을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리스회사 대표와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회사는 유명 연예인을 직원으로 고용해 원금을 돌려준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론 다음 투자자의 돈으로 보증금을 돌려막는 ‘폰지 사기’ 방식으로 운영해왔지만 규제가 미치지 못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최소 1000~2000명에 달한다.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대 7억원까지 보증금을 뜯긴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상조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상조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관리 하에 있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다.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자금 운용 규제는 전무하다. 금융당국의 정기적인 관리·감독도 받지 않고 공시 의무도 없어 고객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크루즈여행처럼 여행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적립식 여행상품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 1월부터 관할 지자체에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을 마쳐야 하며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등 선수금 보전조치,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 공시·제출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사고가 터지면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7월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한 적립식 여행상품을 판매해 온 대전의 한 중소 여행사가 파산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를 입은 고객들과 영업사원들이 1277명, 피해액은 25억2000여만원에 달했다. 고객들은 한 구좌당 한 달에 4만원씩, 4년간 불입하면 200만원을 받아 해외 여행을 다녀올 수 있고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만기가 지나면 전액 환급해준다는 말에 가입했지만 여행사 파산으로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300만원에서 1300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내고 영업을 한 영업사원들 역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지인과 가족 등을 상대로 여행상품을 가입시켜 피해가 더 커졌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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