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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탁월한 기업의 핵심역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8 18:08

수정 2024.08.08 18:20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올 들어 미국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 최상위를 점하고 있는 7대 빅테크 기업이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흐름을 상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침체 공포와 빅테크발 AI 거품론이 대두된 데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 가능성도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고조시켜 시장참여자의 투매가 일어나 미국 및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엔비디아의 신제품 사이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상존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생성형 AI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화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크게 확장시킬 것이고, 7대 빅테크 기업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초거대 우량기업들의 주가상승세를 주목하면서 이 기업들이 투자가들로부터 환호를 받게 만든 기업성과와 경쟁우위의 원천은 기술 외에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경영학의 세부분야인 전략경영은 기업 간에 성과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전돼 왔다. 전략경영이론에서 특히 각광을 받아온 경영자원론 주창 학자들은 기존에 기업을 '생산기술을 보유한 단순한 블랙박스'로 다루었던 것을 비판하고 기업을 '기술, 자본, 인적자원, 기계 등 생산적인 경영자원을 보유하는 주체'로 정의하였다. 즉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경영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와 관련해 프라할라드와 하멜은 '핵심역량'이란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다양한 기능, 기술, 지식의 집합으로 한 기업만이 가지는 독특한 것으로,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으며 고객가치 창조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자원론이 전략경영에 미친 가장 큰 공헌 중 하나는 경영자원이 경쟁우위의 근본 원천임을 밝힌 것이다. 지속적인 경쟁우위가 창출되려면 그러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경영자원이나 핵심역량을 쉽게 구하거나 모방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된다. 특히 핵심역량은 단순히 경영자원의 집합체가 아니라 인적자원과 기술 등 다른 경영자원 간조정의 복잡한 패턴이며, 그러한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많은 반복을 통한 학습이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컨설팅사 맥킨지는 최근 '슈퍼파워'란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한 기업이 경쟁기업보다 무엇인가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프로세스, 기술의 통합된 집합'으로 정의하였다. 슈퍼파워의 예로는 도요타의 린 제조방식, 디즈니의 고객경험, Progressive 보험사의 정보분석 기반 보험료 책정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맥킨지는 이 슈퍼파워를 가능케 하는 핵심역량으로 비전, 종업원, 문화, 기술, 조직구조, 업무절차란 여섯 가지를 제시하였다. 가령 LVMH의 비전은 "모든 브랜드가 최고의 품질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고, 종업원 교육훈련에 고도로 투자한다.
넷플릭스의 슈퍼파워는 현장의 종업원에게 의사결정권한을 위임하는 혁신적 재능관리시스템에 있다. 최근 맥킨지가 혁신을 수행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따르면 업무수행 기량을 위한 종업원 훈련에 힘쓴 기업은 경쟁기업보다 1.5배 높은 성과를 거두었고, 새로운 업무수행 절차 및 프로세스를 차질 없이 도입한 기업은 경쟁기업보다 1.6배 높은 성과를 달성했으며, 새로운 기술을 창안하여 종업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새로운 기량을 적용하기 쉽도록 한 기업은 경쟁기업보다 3.8배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고하였다.
주식투자자들은 때로는 비이성적 열기에 휩싸여 특정 종목을 추격매수하기도 하겠지만 핵심역량을 구축하는 기업들은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갖게 될 것이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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