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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7조 태국공장 백지화' 아시아의 디트로이트 향한 현대차의 접근법은 [FN 모빌리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9 06:00

수정 2024.08.09 06:00

아이오닉5 등 현대차 모델들이 지난해 태국 방콕모터쇼에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아이오닉5 등 현대차 모델들이 지난해 태국 방콕모터쇼에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테슬라가 7조원 규모의 태국 전기차 공장 구축건을 백지화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도 태국에 완성차 공장 대신, 당장은 조립공장을 짓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태국은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한 때, '동남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까지 불렸으나, 지난해 신차 판매가 말레이시아에 밀려 3위로 내려간 상태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기(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현지에서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즉각적인 현지 거점화 추진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기아는 당초 동남아 첫 생산거점으로 태국을 검토했다가 "사업성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태국 정부의 인센티브, 시장성 등을 두루 검토한 결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태국 조립공장 구축도, 시장 확보를 위한 단계적이며, 신중한 접근법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날 태국투자청은 현대차의 태국 전기차·배터리 조립시설 투자계획(약 386억원)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기아는 태국 현지 법인 설립 및 판매망 강화에 주력하면서,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생산 거점화 작업을 타진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태국 정부 우위의 구조다. 중국, 대만업체들이 지난해 물밀듯이 태국에 투자, 태국의 외국인 투자액(전년비 43% 증가한 8483억 바트)은 5년만에 6배 이상 급증했다. 최대 투자국은 중국이다. 중국 장성기차는 지난 1월 태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개시했으며, 중국 BYD도 지난달부터 생산을 본격화했다. 중국 자동차 메이커 상하이 우링은 이달부터 태국에서 전기차 조립공장을 가동한다. 이외, 지리,샤오펭 등도 새롭게 시장 진입을 선언한 상태다. 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중국의 전기차 메이커는 10개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업체들이 수십년 독점해온 태국 자동차 시장의 지형에 균열이 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 현지 일본차 점유율은 지난해 전년대비 8%포인트 감소한 78%다. 감소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일본차들의 위세가 강한 상황에서, 중국 메이커들끼리 가격 출혈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감소(약 30%)도 판매 속도를 떨어뜨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태국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대비 30~40%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가 진출 초기,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가면서 신중한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50억 달러 규모(약 7조원)의 태국 전기차 공장 건립 계획을 백지화했다.
테슬라는 미국, 중국, 독일 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의 공장설립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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