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팔레서 남자 펜싱 2개의 금메달 나와
한국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 회복한 금메달 2개
김유진은 전혀 기대도 못했던 기적적인 금메달
세계 1,2,4,5위 모두 격파
남아있는 서건우, 이다빈에게 새역사 기대
한국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 회복한 금메달 2개
김유진은 전혀 기대도 못했던 기적적인 금메달
세계 1,2,4,5위 모두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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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올해는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된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파리는 태권도가 정식종목 채택이 결정되었던 유서깊은 장소다. 그랑팔레는 1990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설된 대형 전시장으로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이번 대회 경기가 열리는 모든 경기 중 가장 멋진 경기장이고, 프랑스의 멋을 가장 잘 머금은 경기장으로 꼽힌다.
태권도 관계자는 “그랑팔레는 역대 태권도 경기가 열렸던 모든 올림픽 경기장 중 최고”라고 말했다.
그런 그랑팔레 경기장은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도 그럴것이 대한민국 남자 1호 금메달이 여기에서 나왔다. 오상욱이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딴 곳이 이곳이다. 그것 뿐만 아니라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도 이곳에서 나왔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 은메달도 기록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기세를 태권도가 이어받았다. 첫 날 박태준이 압도적인 금메달을 기록했다. 남자 58kg는 단 한번도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기록하지 못했던 체급이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금메달 확률이 가장 낮다고 평가되었던 김유진까지 금메달을 기록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은 2024 파리 대회에서 선수 우열을 가를 때 쓰는 지표인 '랭킹'이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줬다.
전 세계 태권도 행정을 관할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겨루기 랭킹에서 김유진은 24위였다. 파리 올림픽 여자 57㎏급에 출전한 16명 가운데 열두 번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김유진이 이룬 성과는 통계 지표인 랭킹과 실제 경기력이 일치하지 않은 또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김유진은 국제 대회 실적을 좀처럼 쌓지 못해 랭킹 포인트가 168.72에 그쳤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아 국제대회에서 활약이 저조했다. 이 체급 1위인 중국의 뤄쭝스(570.04)의 ⅓에도 미치지 못한다. 랭킹 5위 안에 든 선수는 모두 랭킹 포인트가 김유진의 배는 된다.
김유진의 '돌풍'에 처음 말려둔 선수는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346.30)이었다.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일귄은 첫판인 16강에서 김유진에게 라운드 점수 0-2(5-7 2-7)로 완패했다. 183㎝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김유진이 걸어오는 거리 싸움에 해법도, 공격의 활로도 찾지 못했다.
다음은 한국계 캐나다 선수로 랭킹 4위에 오른 스카일러 박(382.26)이었다. 8강 상대인 스카일러 박도 김유진에게 한 라운드도 따내지 못했다. 0-2(6-7 5-9)로 고개를 숙였다. 김유진이 4강에서 만난 뤄쭝스는 이 체급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선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자다.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한 뤄쭝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따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정도로 독보적인 경력을 자랑했다. 결승 상대로 나타난 랭킹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435.77)도 랭킹 포인트를 보면 김유진과 격차가 크다.
키야나찬데도 큰 신장을 토대로 한 김유진의 철벽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앞발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키야니찬데는 1라운드를 1-5로 내줬고, 2라운드에는 0-9로 완패했다.
전날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준(경희대)은 김유진의 우승을 예상했다. 김유진의 16강전 직후 만난 박태준은 "(김유진) 누나가 정말, 정말로 열심히 훈련했다"며 "오전에 내가 미트를 잡았는데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그랑팔레가 좋다고 했다. 남아있는 서건우와 이다빈.
대한민국 태권도의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도 바로 이곳이 그랑팔레 이기 때문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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