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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백락' 김영관 조교사 한국경마 최초 1500승 도전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9 14:15

수정 2024.08.09 14:15

한국경마 역대 최다승인 1500승 대기록 달성을 앞둔 김영관 조교사.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경마 역대 최다승인 1500승 대기록 달성을 앞둔 김영관 조교사. 한국마사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경마계에서 현대판 백락이라 불리는 김영관 조교사가 한국경마 역대 최다승인 1500승 신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다.

9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34승을 올리며 서울·부경 통합 최다승을 이어가고 있는 김 조교사는 현재 1500승까지 3승을 남겨둔 상태다. 그가 이번에 1500승을 달성하면 한국경마 더러브렛 조교사로는 최초의 기념비적인 승수를 기록하게 된다.

조교사는 보통 한 주에 열리는 15개 경주 중 8개 경주에 출전한다. 비교적 적은 출전 기회에서 연간 50승을 달성하면 그해 최다승을 달성할 수 있지만, 매년 50승을 달성하더라도 1500승은 30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김 조교사의 1500승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71명의 조교사 중 500승을 넘긴 조교사가 10명 남짓임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조교사에게 1500승은 꿈의 숫자로 여겨진다.

■남다른 안목 ‘현대판 백락’으로 불려
김 조교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은 뒤 1976년부터 기수 생활을 하다가 체중 조절 실패로 마필관리사로 전향한 그는 서울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 시절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말과 함께 잠을 자며 말의 습성을 익혔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김 조교사는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2004년 꿈에 그리던 조교사로 데뷔했다.

경마에서 조교사는 마주와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경주마의 훈련과 관리, 출전경주 설계와 전략까지 총괄하는 일반 스포츠 종목의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마주가 경주마를 맡길 수 있도록 영업하고 전국의 목장을 돌아다니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경주마를 발굴하는 것 또한 조교사의 일이다.

여느 운동종목이나 감독이 유망주를 발굴하는 선견지명이 중요하듯이 조교사에게도 명마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마계에는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마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에 말이 70%를 차지하고 기수가 30%를 차지한다는 뜻으로 기수의 실력보다는 말이 가진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김 조교사의 남다른 안목을 갖추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목장을 다니며 신예마 발굴에 힘을 쏟기 때문에, 마방에서 볼 수 없는 조교사로도 유명하다. 김 조교사는 경주마를 고르는 재주가 워낙 좋아 중국 춘추시대에 말의 생김새를 보고 그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상마(相馬)를 잘했던 백락의 이름을 따 '현대판 백락'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김 조교사 앞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이 줄을 서 있다. 보통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위탁을 부탁하는 형국이지만, 김 조교사는 반대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서 경주에 출전시켜 달라"는 마주들이 김 조교사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다.

김 조교사는 2004년 11월 28일 부경 1경주 경주마 ‘루나’로 조교사 인생 첫 경주를 시작했다. 그에게 첫 대상경주 우승을 안겨주기도 한 루나는 김영관 조교사가 처음으로 발굴한 원석이었다. 2003년 경주마 경매장에 나왔던 루나는 선천적 다리 장애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외면하던 루나에게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고, 극진한 보살핌과 특성화된 훈련으로 루나는 무려 몸값의 78배를 벌어들이며 보답했다. 루나는 영화 챔프의 주인공이자 한국경마의 전설이 돼 김 조교사의 경마 인생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토리가 됐다.

국내 최다 연승마로 기록된 17연승의 ‘미스터파크’ 역시 경주마 데뷔 이전 몇 번의 구매취소를 겪으며 외면받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미스터파크의 강한 승부욕을 알아본 김 조교사는 미스터파크를 최고의 명마 중 하나로 길러냈다.

2019년 코리아 스프린트 시상식에 선 김영관 조교사. 한국마사회 제공
2019년 코리아 스프린트 시상식에 선 김영관 조교사.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경마 살아있는 전설...우승은 계속된다

17년 연속(2006~2022년) 최다승 달성, 최우수 조교사 12회 수상, 최단기 1000승 달성 등 김 조교사는 최초 최고 최다의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그가 21년간 조교사로 활동하며 획득한 순위상금만 871억 원에 달하고 남들은 일 년에 한 번 우승하기도 어렵다는 대상경주를 김 조교사는 무려 68회 우승하며,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대상경주를 휩쓸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에는 한 해 동안 9차례 우승을 거뒀다.
더 놀라운 점은 각 경주에서 우승한 경주마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대한민국 최고의 경주마는 대부분 김 조교사가 배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루나와 미스터파크를 비롯해 대통령배(G1) 4연패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남긴 ‘트리플나인’, 국내 최초 통합 삼관마 ‘파워블레이드’, 2023년 암말 삼관마 자리에 오른 ‘즐거운여정’까지 꾸준히 한국경마에 큰 획을 남긴 경주마를 길러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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