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에 거주하는 A(45)씨는 지난해 5월 아버지에게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증여를 받고 증여재산가액을 신고하기 위해 같은 동 아파트 매매가격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조회해 봤지만 거래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매매 거래된 근처 단지 같은 평수 아파트를 증여재산가액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관할 세무서는 증여세가 덜 납부됐다며 검증 대상에 포함시켰다.
유사 재산 가액 적용 실수
국세청이 종종 발표하는 탈루혐의자 부류에서 빠지지 않는 게 증여 재산 신고 관련이다. 신고를 아예 안 한 경우는 당연히 포함돼야 하지만 신고를 하고도 탈루 혐의를 받기도 한다. 재산 가액을 잘못 적용한 사례다.
대표적인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잘못 적용한 경우다.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증여일 현재 시가로 산정한다. A씨 처럼 증여재산의 매매가격이나 감정가격이 없으면 유사한 재산의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본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증여 때다. 토지 등 다른 부동산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어떤 아파트의 매매사례가액을 써야 할 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국세청이 발간한 '상속·증여 세금상식Ⅱ'에 따르면 유사매매사례가액은 3단계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
다른 아파트를 유사한 재산으로 보려면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첫째, 평가대상 아파트와 공일한 공동주택단지 내에 있어야 한다. 둘째, 평가대상 아파트와 주거전용면적의 차이가 5% 이내여야 한다. 세번째 평가대상 아파트와 공동주택가격의 차이가 5% 이내여야 한다. 여기까지가 첫 단계다.
두번째 단계는 첫 단계를 충족하는 아파트가 두 개 이상이면 공동주택가격 차이가 가장 작은 아파트의 매매사례가액을 적용해야 한다.
세번째 단계는 두번째 단계를 충족하는 아파트가 두 개 이상이면 증여일 전후 가장 가까운 날(매매계약일 기준)에 해당하는 가액을 적용한다. 그 가액도 둘 이상이면 평균액을 적용한다.
유사 재산 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주는 기간이 있다는 것도 주의할 점이다. 납세자의 증여개시일 전 6개월, 후 3개월 이내 기간 중 증여세 신고일까지의 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준다.
주변에 비슷한 아파트가 없거나 아파트값 변동폭이 크다면 전문가(감정평가사)에게 부동산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 통상 시가보다 10% 정도 자산가치를 낮출 수 있다. 감정평가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상속세에서 공제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을 낮춘다고 무조건 절세에 유리한 건 아니다. 감정평가액은 미래에 해당 아파트를 팔 때 '취득가액'이 된다. 당장은 증여세가 줄어들 수 있지만 앞으로 아파트를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늘어날 수 있다.
공시가격으로 증여신고를 해도 증여세를 추가로 납부할 수 있다. 납세자(수증인)가 공시가격으로 증여세를 신고했으나 증여 전 6개월과 증여 후 신고 전까지 기간에 더 높은 유사매매가액이 과세당국에 확인되면 수정 신고를 하고 덜 낸 증여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부모 각각 증여도 "합산해야"
부산 사는 B(33)씨는 지난 2020년 아버지에게 8000만원을 증여받았다. 5000만원 이상 증여여서 당연히 증여세를 납부했다. 올해 초 어머니에게 5000만원을 또 증여받고 증여세 신고를 했다. 관할 세무서는 B씨에게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증여받은 가액을 합산해 신고하라고 통보했다.
세무서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버지, 어머니를 동일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아버지로부터 증여받고 어머니에게 증여받은 기간이 10년이 안 된다. 다만 아버지에게 받은 금전에 대한 증여세 신고시 납부한 세액을 빼 준다.
증여 때 동일인으로 보는 경우(수증인 기준)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다. 단 아버지와 할아버지, 장인과 장모는 동일인으로 보지 않는다.
부동산 증여는 신고 시기를 착각하는 사례가 제법 있다. 부동산 가격 변동이 클 때는 증여시기(증여받은 날)에 따라 재산의 평가액이 달라질 수 있어 증여시기를 제대로 판단하는 게 절세의 기본이다.
대구 사는 C씨는 올해 1월 아들에게 아파트를 증여해 주는 계약을 했다. 증여신고와 세금납부는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C씨의 아들은 증여세 신고기한을 4월말까지로 판단했다. 계약이 있던 달 말일 이후 3개월이 4월말이어서다. 하지만 증여 받은 재산이 부동산인 경우, 세법상 증여시기는 증여계약일이 아닌 증여등기 접수일이다. 등기 접수는 5월에 했기 때문에 증여세 신고기한은 8월말이 맞다.
한편 재산 종류별 증여시기는 모두 다르다. 부동산은 증여등기 접수일, 자동차는 등록신청서 접수일, 주식은 주식인도일과 명의개서일 중 빠른 날, 예금은 이체한 날, 분양권은 권리의무승계일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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