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본격적으로 러시아 국경 넘은 우크라, 무엇을 노리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0 00:30

수정 2024.08.10 00:30

서방 무기 비축한 우크라, 새 지휘관 아래 본격적으로 러시아 본토 공격
구체적인 전략 목표는 불분명...국경지역 러시아 천연가스 터미널 노릴 수도
우크라 전선에서 러시아군 빼내고 러시아에 수치 안겨
오는 11월 휴전 협상 앞두고 유리한 입장에서 대화 준비
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항공 사진 속에서 러시아 무인기(드론)가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자 인근을 지나는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를 공격하고 있다.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항공 사진 속에서 러시아 무인기(드론)가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자 인근을 지나는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를 공격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여름 이후 1년 넘게 고착된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공방을 주고받던 우크라이나군이 이달 갑작스레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서면서 작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N은 이번 공격의 전략적 목표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면서, 우크라가 오는 11월 러시아와 휴전 협상을 앞두고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추측했다.

새 무기·새 사령관...가스 터미널 노리나?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지상 병력을 투입해 사흘 연속으로 러시아군과 교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가 이번 습격으로 차지한 영토가 350㎢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지상 공격은 러시아가 지난 2022년 우크라를 침공한 이후 종종 발생했다. ‘러시아자유군단(FRL)’ 등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민병대들은 그동안 우크라군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국경 지역을 침범, 파괴 공작을 벌였다.
미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본토 침범이 발생할 때 마다 자국 무기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달 공세에는 서방 세계의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 정규군이 직접 투입됐다. 지난 4월 의회의 허락을 받아 우크라에 대대적인 추가 무기 지원을 시작한 미국은 이미 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의 사브리나 싱 대변인은 "누군가 국경을 넘어 공격해오는 상황을 본다면, 그들도 대응할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우크라의 이번 공세에 반대하지 않았다.

CNN은 약 반년 가까이 지원을 멈췄던 미국이 무기를 다시 공급하고, 유럽에서 건너온 무기들 역시 누적되면서 우크라가 적어도 무기와 장비 면에서는 비교적 여유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2월 우크라군 총사령관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육군 상장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CNN은 우크라가 이번 공세로 러시아에 수치심을 안기는 동시에 동부 전선에 집중된 러시아군이 본토 방어를 위해 흩어지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고착된 전선으로 사기가 떨어진 우크라 내부에 승전보를 전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우크라군의 최종 공세 목표를 알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쿠르스크주의 수자로 진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자 인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를 거쳐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할 때 사용하는 대형 터미널이 있다. 유럽이 우크라 영토를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계약은 지난 1월에 끝났다고 알려졌다. 우크라 입장에서는 해당 터미널을 차지할 경우 러시아의 외화 벌이를 방해할 수 있다.

지난 2월 8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인근 육군 사령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 육군 상장(왼쪽 세번째)에게 전황 설명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인근 육군 사령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 육군 상장(왼쪽 세번째)에게 전황 설명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휴전 협상 앞둔 포석일 수도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저녁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 왔으니 그들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인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우리는 전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NN은 이번 작전이 향후 휴전 협상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추정했다. 우크라는 비록 서방에서 지원한 장비를 비축하고 있지만 극심한 인력 소모로 싸울 병사가 모자란 상황이다.

우크라 연구기관인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지난 5~6월 우크라 국민 30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2%가 '빠른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우크라 영토 일부를 양도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해당 응답 비율이 10%에 그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이 2년 6개월간 이어지면서 우크라 국민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8일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전날 발표에서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우크라가 벌일 수 있는 모든 작전은 러시아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러시아와 앞으로의 평화 회담에서 우크라의 입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돌랴크는 이번 공격에 대해 “파괴된 군사 장비, 잃어버린 영토, 잃어버린 사람들 등 전쟁 대가가 커지면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가 앞으로 러시아와 진행할 회담에서 보다 강력한 입장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에 러시아 없이 1차 우크라 평화회의를 진행했던 젤렌스키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2차 회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회의에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겠다고 예고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주지사 대행에게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주지사 대행에게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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