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D램에 비해 업황 회복이 더뎌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고민거리였던 낸드플래시가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실적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서버 모델이 학습에서 추론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더 많은 양의 데이터 저장이 필요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메모리 업계는 신제품 기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400단대 시대 주도권을 둘러싼 업계의 적층 경쟁도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AI 시장 성장세에 따른 고용량 스토리지 수요 확대에 발맞춰 최근 낸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마이크론은 이달 열린 글로벌 메모리 행사인 'FMS 2024'에서 PCIe(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 6.0(6세대) 통신규격 기반의 데이터센터용 SSD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업계 주력이 PCIe 4~5세대인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으로 분석된다.
PCIe 6세대는 기존 PCIe 대비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대역폭과 속도가 2배 가량 높다. 마이크론은 "AI 애플리케이션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엄청난 계산 능력과 빠른 데이터 엑세스를 필요로 한다"며 "전례 없는 속도와 원활한 상호 운용성을 제공하는 PCIe 6세대 기술 생태계는 스토리지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이에서 빠른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7월 276단의 트리플레벨셀(TLC) 9세대 낸드를 탑재한 소비자용 SSD '2650' 출하를 시작하며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는 낸드 적층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낸드는 높이 쌓을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구현한 업계 최고 단수인 290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층 기술이 국내 업체들을 위협할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은 내년 중 300단 이상 낸드 양산을 예고하며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는 각각 올해 1·4분기 기준 SSD 시장 점유율 47.4%, 30.4%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업계 최초 290단 1테라비트(Tb) TLC 9세대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쿼드레벨셀(QLC) 기반 9세대 V낸드 제품도 개발할 방침이다. QLC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 1개에 4비트를 담는 기술로, 1비트를 저장하는 싱글레벨셀(SLC)보다 데이터를 4배 더 저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중 430단 10세대 V낸드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치열한 적층 경쟁 속에 300단을 건너뛰고 400단으로 직행해 AI용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겠다는 포석이다.
SK하이닉스는 FMS 2024에서 내년 상반기 양산 예정인 321단 1Tb TLC 샘플을 공개했다. 이전 238단 512기가비트(Gb) 대비 생산성이 59% 향상된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중 400단 낸드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낸드는 데이터 저장장치 특성상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이끈 D램과 비교해 AI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면서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기존 학습에서 막대한 데이터 저장 용량을 요구하는 추론으로 확산되면서 SSD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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