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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빨간불은 과장? 침체기 조짐 근거는 있다 [글로벌 리포트]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1 18:09

수정 2024.08.11 18:09

엇갈리는 미국 경제 전망
심상찮은 7월 실업률에 '증시 쇼크'
비농업 부문 일자리도 기대치 이하
월街, 침체 가늠자 '삼의 법칙' 발동
1970년 이후로 예측 빗나간 적 없어
외신은 "물가 안정돼가고 GDP 성장"
연착륙 바라봤지만 고용지표 '불안'
연준, 9월 금리 0.5%p 큰 폭 인하 땐
시장 혼란 가중시킬 수 있어 결단 주목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일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미국 뉴욕의 주요 주가지수가 휘청거리는 충격을 겪어야 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지표, 특히 기대치보다 높게 나온 실업률(4.3%)이 침체 발생 공포를 유발하면서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 등 서방 국가의 일부 중앙은행들이 올해 들어 금리 인하에 들어간 것과 달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31일 끝난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25~5.5%인 금리를 동결했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월 회의에서 내릴 것이라고 시사했다.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가 11만4000개로 기대치 17만5000개에 크게 못 미치자 연준이 금리 인하를 너무 미뤘으며 침체 불안을 고조시켰다는 비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시장 혼란을 계기로 경제전문가들과 뉴욕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침체 전망 놓고 갑론을박

이번 증시 폭락을 겪으면서 미국 경제의 침체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에 빨간불은 이미 켜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고용이 저조해지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연체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 보다 높아졌다.

최근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가 지난 11개월 중 최고 수준으로 늘었고 중소기업들은 고용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많은 소비재 기업들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과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해 침체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실업률을 언급했다. 크루그먼은 연준이 수개월 전부터 금리를 내려야 했다며 연준이 7월 FOMC 회의에서 동결한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1970년대와 같은 침체 발생 가능성은 줄어들고 물가가 꾸준히 떨어졌으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내려간다는 확신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다가 금리 인하 기회를 놓쳤다"고 크루그먼은 말했다.

침체 조짐에 '삼의 법칙(Sahm Rule)'까지 발동됐다.

삼의 법칙에 따르면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p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3개월 미국 평균 실업률은 4.13%로 지난해 7월의 3.5%에 비해 0.63%p 높았다.

지난 1970년 이후 삼의 법칙을 통한 침체 예측은 정확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의 8월 실업률이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면 삼의 법칙이 다음달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고용지표가 부진하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연준의 목표인 연착륙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침체 때 늘 발생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이 없고 그럴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서비스업 강세와 떨어지는 물가에 계속 경제가 성장하고 침체를 피할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GDP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4분기 1.4%에서 지난 2·4분기에 2.8%로 성장했으며 이번 분기에도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고용이 둔화되고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불길한 징후다.

실업률은 계속 상승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실시 이전까지 안정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준이 그동안 물가 끌어내리기에 너무 집착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제는 고용시장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준 이사를 지낸 로런스 마이어는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며 "상황이 이제 완전히 변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8월 고용 지표를 통해 고용 시장과 경제 전망을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이어서 여기에 시선이 크게 쏠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연준, 9월부터 금리 큰폭 인하 전망

앞으로 금리 인하는 빨라지고 인하폭도 당초 전망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앞으로 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0.25%p 보다 더 큰 폭인 0.5%p는 내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객원 연구원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워는 지난 4일 범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7월 실업률 상승은 "2025년에 침체가 발생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연준이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침체가 최대한 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앞으로 금리 인하를 큰 폭으로 내릴 것에 대한 우려도 벌써 나오고 있다.

재누스핸더슨의 미국 주식 시장 이사 마크 핀토는 지난 2일 야후파이낸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9월에 금리 0.5%p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것이 연준이 다급해졌음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시장에서는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잰디 지난 5일 CNN에 출연해 예상되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역효과를 나타내고 경제가 실제보다 더 나쁘다는 우려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의 법칙'을 처음 공개했던 클라우디아 삼 뉴센추리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경제에서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연준이 계속 미뤄서는 안되며 점진적으로 내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최근 나돌았던 긴급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경제전문가 대부분은 추가 경제 부진 없이는 필요 없다는 시각이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긴급 인하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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