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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복귀시점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2 18:43

수정 2024.08.12 18:43

정명진 중기벤처부장
정명진 중기벤처부장
"올해는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으로 안 돌아갑니다. 하지만 내년엔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개원가 의사들은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의 풍경을 바꿔놨다고 얘기한다.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에 갑자기 쏟아져 나오면서 봉직의(페이닥터) 월급이 요동치고 피부·미용시장은 레드오션이 될까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난달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의 지원율은 1.36%에 불과했다.
7645명을 뽑는데 복귀인원은 104명에 그쳤다. 이들 중에는 일반의로 취업을 하거나 개원을 준비하는 전공의도 있었다. 사직한 레지던트 5701명 중 625명이 병·의원에 취업했다. 의원급에는 368명, 병원급 이상에는 257명이 취업했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려고 대학병원에서도 일반의를 뽑고 있다. 부산백병원은 일반의 30명을 모집하고, 삼성창원병원도 응급의학과에서 일반의 모집공고를 냈으며 대전성모병원은 병동에서 야간당직 업무를 담당할 내과 일반의를 채용 중이다.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강좌도 줄이어 진행되고 있다. 이달 들어 진행된 대한의사협회 산하 대한정형외과의사회가 주최한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강좌'에는 200명 이상 몰렸다. 서울시의사회는 '제2차 전공의 실무교육'을 통해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요령부터 노무·세무 외에도 선배 개원의들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홈페이지에 '전공의 구인·구직 플랫폼'을 개설, 전공의 구직·취업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컨벤션센터에서 사직 전공의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 준비 설명회를 했다.

갑자기 몰려든 전공의로 인해 개원가에서는 급여가 떨어지며 취업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피부, 미용 등 인기가 많은 분야는 세후 1000만원에서 반토막으로 급여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원가에서는 전공의들이 내년에 대학병원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생각해 오래 일할 일반의 자리에 뽑기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인력이 부족하지 않아도 선배 의사들이 임시로 뽑아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왜 전공의들이 전문의를 취득하기 위해 돌아간다고 예상하는 것일까.

개원가에서 인기과 전문의는 일반의에 비해 몸값이 3배가량 높다고 한다. 물론 필수의료과가 아니라 안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비급여 진료가 많은 일부 과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전문병원은 일반의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의료사고가 나면 그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A원장은 "전문의들을 더 뽑고 싶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세후 월 3000만원 정도 급여를 줘야 하는데 병원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세금 등을 포함하면 5000만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전문의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게 의료계 현실이다. 필수의료과는 연봉을 많이 줘도 뽑히지 않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세전 연봉 4억원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모집한다고 긴급 채용공고를 냈다. 모집일정이 끝났지만 적합한 인원이 채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을 이번 주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레지던트 1년차는 14일까지, 인턴·레지던트 2~4년차는 16일까지 진행된다. 물론 복귀 전공의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의료이용·공급체계 혁신 등을 통해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드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들의 만성적인 전문의 구인난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결국 의료지원(PA) 간호사가 대거 투입돼 전공의 업무의 상당수를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공의들도 대학병원의 변화된 인력구조 상황에서 복귀시점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pompo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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