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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다 쓴 정부·여력 없는 이통사…통신비 인하 동력 상실 [출구 잃은 가계통신비 전략 上]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6:27

수정 2024.08.13 16:43

통신당국, 작년까지 5G 중간요금제 독려 이어
올해 총선 전 단통법·제4이통 카드 '올인'
정쟁에 밀린 단통법·제4이통은 물거품
남은 카드는 알뜰폰 정도
AI·B2B로 눈돌린 이통3사
가입자 경쟁도 보조금→온라인·요금제 중심으로
수도권 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진=김준혁 기자
수도권 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진=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가계통신비 인하 전략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와 업계 모두 가계통신비 추가 인하를 위한 수단과 여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총선 전 통신비 인하 카드를 몰아쓴 통신당국은 정책 전열 재정비에 돌입한 가운데, 통신매출 성장 한계로 인공지능(AI)·기업용(B2B) 사업에 눈을 돌린 통신 업계의 가입자 유치 전략도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주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정책 추진 추이 및 현황
5G 중간요금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와 논의해 월 2만~6만원대(온라인전용요금제 포함)/데이터 제공량 4~100GB 사이 5G 중간요금제 도입
중간요금제에서 필요량만큼 충전할 수 있는 선택형 요금제 도입
같은 요금제 대비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5G 청년 요금제, 노년층 연령별 맞춤형 시니어 전용 5G 요금제 도입
단통법 폐지 지원금·보조금 상한 규정한 단통법 제정 10년 만에 단통법 폐지 추진
폐지 전 시행령 개정 통해 번호이동 가입자에 최대 50만원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환지원금 도입
폐지 위해선 국회 통과 필요
제4이통 추진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을 조건으로 신규 사업자 진입 추진
경매제 통해 스테이지엑스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 다만 이후 스테이지엑스가 필요사항을 미이행했다는 이유로 할당대상법인 자격 최종 취소
연구반 통해 문제점·보완점 등 종합 재검토
알뜰폰 건전화·활성화 알뜰폰 이미지·신뢰 제고 및 부정개통 등 방지 위한 보안 인증절차 의무화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추진

■쏟아낸 통신비 인하 카드…'백약무효'
13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통신당국이 연내 가계통신비 인하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정책으로는 알뜰폰(MVNO) 활성화밖에 남지 않았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는 방송 관련 정쟁에 밀려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고, 제4이동통신사 추진도 무산되면서다.

총선 전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단통법 폐지는 법안을 폐기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통신 현안이 뒤로 밀려나면서 단통법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야 간 단통법 폐지 방법론이 다른 만큼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 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환지원금을 도입했지만, 아직 전환지원금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통 3사 또한 최신 스마트폰보다는 출시 기간이 1~2년이 흐른 스마트폰 중심으로 전환지원금을 책정하는 등 결과물이 정책 취지와는 다르다는 비판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경쟁 촉진을 통한 통신비 인하 차원에서 과기정통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제4이통 유치 또한 신규 사업자의 재정건정성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수포로 돌아간 상태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 정도가 연내 통신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SKT, KT LG U+ 5년주기별 연간 영업이익률 추이
통신사 2000년 2005년 2010년 2015년 2020년 2023년
SKT 28.4% 26.1% 16.3% 10% 6.2% 9.9%
KT 9.1% 14% 10.1% 6.1% 5.6% 6.2%
LG U+ -14.5%(영업손실률) 9.7% 10.4% 5.9% 8.7% 8.6%

이통3사 2023년 분기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추이
이통사 1분기 2분기 3분기 4분기
SKT 3만101원 2만9920원 2만9913원 2만9562원
KT(IoT 제외) 3만3771원 3만3948원 3만3838원 3만4302원
LG U+ 2만8734원 2만8311원 2만7300원 2만5195원
(각사)
■이통사 "무리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
통신 업계 내부에선 통신 사업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미 추가 성장 동력을 AI·B2B에서 찾고 있는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 경쟁 또한 기존 보조금 중심 경쟁에서 온라인 채널·서비스 경쟁 중심으로 전환하는 추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간 이통 3사 각사별로 20종 이상의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한 바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중간요금제로 인한 요금하향 압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신사 매출 지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향 압박이 지속적으로 거세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0년 전 대비 영업이익률도 3사 모두 감소하는 추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출혈경쟁은 과거 이야기"라며 "지금처럼 서로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제로썸' 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걸 업계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유치 전략 또한 보조금·마케팅 중심의 비용 경쟁에서 온라인채널·서비스를 통한 수요 흡수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실적발표에서 SKT는 "5G 시장이 성숙되면서 사업자 간 경쟁도 보조금보다 요금제와 차별적 혜택 등 서비스 경쟁 중심으로 그 축이 전환됐다고 생각되는 만큼, 제도적 변화와 별개로 차별적 서비스에 기반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가입 비중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지털 이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및 앱 생태계 구축을 통해 온라인 채널 통한 가입 요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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