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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들의 주가 조정으로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해 증권사들이 "버블이 아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장 막대한 투자나 높은 밸류에이션 모두 '버블'을 거론할 정도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빠른 수익성을 위해서는 일반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킬러앱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13일 NH투자증권 임지용 연구원은 "AI 버블 논란, 그리고 수익성 논쟁이 한창"이라며 "AI 인프라 지출은 상당한데 현재까지 두드러진 성과는 딱히 없고, 실질적으로 AI로 인한 수익이 지출을 커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 AI는 버블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막대한 투자 규모나 높은 밸류에이션 모두 과거 버블 때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매출의 14~15%를 설비투자에 쓰고 있고, 증가분의 대부분이 AI를 위한 서버 투자"라며 "시가총액 상위 테크기업은 과거 인터넷 사이클 시기, 즉 1997~2001년에도 평균적으로 매출의 15.8%를 자본지출에 투입한 바 있다"고 짚었다.
밸류에이션 역시 닷컴 버블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임 연구원은 "닷컴 버블 시기 대장주 시스코의 5년 평균 밸류에이션이 37배, 최고 수준 밸류에이션이 132배였다"면서 "반면, 엔비디아는 2019년~2023년 5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 수준, 현재는 오히려 최근 조정을 반영해 30배 초반으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AI에 대해서는 긍정적 견해를 고수하면서도 수익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LS증권 차용호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빅테크 업체들에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할 것이고, 이는 기업들이 일반적인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킬러앱의 등장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도 "누구도 AI 기술을 통해 어떤 킬러앱이 등장할지 쉽게 예측해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AI의 비용 방정식이 변화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킬러앱이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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