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영업점 대리부터 지주 회장까지…우리은행 사고 배경엔 ‘수직적 조직문화’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7:27

수정 2024.08.13 17:27

대리 100억 차장 700억
지주 회장 친인척 300억
횡령·부당대출 사건사고
잇따른 사고에 연이은 사과
"조직문화 못 바꾸면 반복"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뉴스1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우리은행이 손태승 전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재직시절 손 회장 처남 등이 대표로 있는 기업에 300억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을 취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 회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관련 임원 누구에게도 개별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며 부당대출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우리금융그룹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 올해 김해금융센터 소속 대리의 100억원대 금융 사고에 이어 전임 지주 회장 일가가 얽힌 사고까지 반복되면서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인식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에게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9일 기준 손 회장 친인척 기업의 대출잔액이 총 304억원(16개 업체, 25건)으로 이중 269억원(13개 업체, 19건)이 단기(1개월 미만) 연체상태이거나 부실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이같은 부적정한 대출을 취급한 임모씨를 면직 처리하고 고소한 상태다. 지난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손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회장을 지냈다. 친인척 관련 대출은 손 회장이 재임하던 2020년 4월부터 2023년 초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손 회장의 처남인 김모씨가 ‘호가호위’하며 6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갔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도 문제”라면서 “결국 면직에 고소까지 당한 임씨가 수사기관에서 자신에게 어떤 방식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입을 여는지에 진상규명이 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나 시중은행에서 임원을 달 수 없는데 면직당한 임씨가 바보도 아니고 손 회장의 친인척인줄 몰랐을 리 없다”면서 “전화한 적 없다는 손 회장의 태도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부적절한 대출의 원인을 당시 본부장이었던 임씨의 부당한 업무지시에서 찾았다. 임씨가 영업점장 '전결'을 이용해 분할 여신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손 회장의 처남 일가가 위조하거나 미비한채 제출한 서류에도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부장이 영업 등을 통해 따온 기업 여신도 팀장, 실무자들이 그 적절성을 확인하는 구조”라면서 “부실이 날 경우 함께 검토한 직원들도 연대 책임을 묻는 만큼 대출을 내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내부에 남아있는 ‘수직적인 문화’가 문제를 키웠다”면서 “본부장이 사인하라는데 안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영업하는데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면서 “손 회장 재임시절 틈만 나면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강조하더니 우리은행이 아니라 진짜 우리가족을 챙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부당대출건에 대해 사과했다. 임 회장도 금융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와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의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에는 경남 김해금융센터 대리가 기업의 문서를 위조해 100억대 횡령 범죄를 벌였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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