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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왕푸징의 화웨이, 질주하는 중국의 산업경쟁력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8:36

수정 2024.08.13 18:36

이석우 베이징특파원·대기자
이석우 베이징특파원·대기자
베이징 쇼핑 중심지 왕푸징의 화웨이 플래그숍. 주말인 11일 발 디딜 틈 없이 고객들로 가득했다. 1~2층 전시장에는 스마트기기들을 작동 중인 아이와 젊은이들로 붐볐다. 다른 한쪽에는 화웨이가 베이징자동차 등과 공동개발한 '자율주행 레벨4'를 탑재한 전기자동차(EV) 아이토나 스텔라토 등을 타보고, 조작해 보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현장 매니저 로즈 장씨는 "4월 출시된 퓨라70 모델의 인기가 뜨겁다"면서 "품절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 4년 만에 고급 스마트폰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퓨라70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프로세서 기린 9000S보다 나아진 기린9010을 기반으로 작동했다.

2023년도 화웨이의 이익은 전년도보다 두 배 넘게 커졌다. 순이익 870억위안(약 16조1500억원)에 총매출액은 9.6% 증가한 7042억위안(약 131조원). 올 1·4분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564% 늘어난 3조7395억원,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36.7% 증가한 34조2095억원.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판매는 같은 기간 19% 줄었다.
애플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대조적이다. 화웨이는 5세대(5G), 스마트 운전시스템 등 사업다각화로 기술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30대 장전셩씨는 "국산이 기능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며 자국산 제품에 신뢰를 표시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와 충성도는 상상 이상이다. 일본인들의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가 중국으로 옮겨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중신궈지(SMIC)는 올 4~6월 매출액은 22% 늘었다.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세계 1위 배터리업체 닝더스다이(CATL)의 올 상반기 순이익도 10%가량 늘어난 4조3000억원. 전체 매출의 30%는 해외매출이다. 비야디(BYD)의 7월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한 34만2383대로 5개월 연속으로 지난해 동기 실적을 뛰어넘었다.

이 기업들은 노동집약과 자본집약을 넘어 기술집약으로 이행 중인 중국 산업을 상징한다. 올 상반기 인공지능(AI) 기업은 23만7000개가 생기는 등 중국 AI 관련 기업은 167만개가 됐다. 전체 AI 기업 가운데 148만개는 중국 국무원이 '차세대AI발전계획'을 내놓은 2017년 이후 세워졌다. 지난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생성형 AI 특허출원건수는 3만8000건으로 2위 미국보다 6배가 많았다.

국제 상위급 학술지에 실린 AI 논문점유율은 중국이 36.7%, 미국이 22.6%였다. 특허건수 상위 세계 10대 기관 중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은 6개였다. 전 세계 AI 유니콘기업 234개 가운데 중국은 71개로 미국의 120개를 뒤쫓고 있다.

중국은 산업고도화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 중이다. 구조조정 속에 실업자가 속출해도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 같은 쉬운 해결책을 마다하고 첨단기술 육성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관성 있는 중장기계획과 전략산업에 대한 집중투자는 EV, 2차전지, 태양광 등 '우위 산업'을 만들어 냈다. 중국은 11일 녹색·저탄소 전환을 위한 양적 지표를 공식화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했다. 저고도경제 등과 함께 중국의 산업 지향점이 명확하게 나온다.

중국 산업의 첨단화는 우리 경제 기반을 흔들어대고 있다. 중간재를 팔던 우리는 중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한다. 중국 진출 우리 대표기업들의 고전은 따라잡힌 산업경쟁력과 무관치 않다.
스마트폰과 EV를 한 매장에서 함께 파는 왕푸징의 화웨이. 반도체를 뺀 산업분야에서 융합시대를 먼저 연 중국의 질주를 상징한다. "4~5년 후도 생각하기 두렵다"는 한 재중 한인 과학자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첨단기술 전쟁에서 패망하지 않으려면 범국가적으로 첨단산업 발전에 대한 태도와 전략 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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