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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티메프가 알려준 플랫폼의 위험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8:38

수정 2024.08.13 19:33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한때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했던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동공효과(아이볼효과)가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초저가전략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대규모 손실을 무릅쓰면서 경쟁업체보다 싸고 빠른 배송을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경쟁업체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독과점 상태에서 큰 수익전략을 구사한다. 아마존도 그랬고, 쿠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쟁 상대가 더 강하면 급속하게 몰락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다.
즉 티몬과 위메프의 위기는 단순한 요인은 아닌 것 같다. 지마켓 신화를 썼던 구영배 대표는 또 다른 신화를 쓰려다 좌초한 것으로 보인다. 그 요인으로는 첫째, 치열한 경쟁이다. 한국에서 성공을 유라시아로 옮기기 위해 싱가포르로 날아간 구 대표는 어쩌면 새로운 개척자일지도 모른다. 먼저 인도의 샴클루스와 자회사인 물류회사를 인수했고,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이로 인해 매출액 증가를 가져왔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플립카트(월마트)라는 경쟁자, 인도네시아에서는 소피(텐센츠)·토코페디아(틱톡)·라자다(알리바바)에 밀려 선두주자가 되지 못했다. 승자독식 현상이 강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한번 밀리면 수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 둘째, 수익모델의 한계다. 동남아에서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던 큐텐으로 다시 한국으로 눈을 돌려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게 된다. 이때 사용한 수익모델이 바로 할인쿠폰과 특정 기간에만 제공되는 '딜'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익모델은 소비자에게 단기적 흥미를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프로펠러의 저주이기도 하다. 예전과 동일한 성공방식인 저가공세는 결국 마진을 악화시키고,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셋째, 거버넌스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큐텐은 쿠팡과 마찬가지로 나스닥 상장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쿠팡은 소프트뱅크라는 후원자가 있었지만 큐텐은 이렇다 할 투자자가 없었다. 아마도 큐텐의 성장모델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 모델을 답습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큐텐의 옐로모바일이 선택한 지분교환 방식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워갔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신규자본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잦은 경영진 교체와 내부갈등으로 조직의 일관성을 잃었다. 이는 명확한 비전과 전략의 부재로 이어졌고,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이 흐트러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넷째, 배송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쿠팡, 배민이나 마켓컬리는 신속배송으로 소비자의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 자본부족으로 인한 플랫폼에서 기술적 오류나 배송지연 같은 서비스 품질 문제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이는 곧 고객 이탈을 가져오고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미국 위시(Wish) 인수이다. 이전과 달리 미국의 의류플랫폼 회사인 위시 인수는 대금지불 방식이었다. 결국 이것이 결과적으로 큐텐그룹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최고 수익모델은 바로 운송비였다. 큐텐도 위시의 물동량을 통해 큐익스레스에서 수익을 발생시키고자 했으나 무리한 확장으로 자금고갈을 맞이했다.

앞으로 티메프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와, 특히 미수금이 많은 입점판매자의 손실을 어떻게 완만하게 해결할지가 중요하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발 빠른 대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긴급경영안정자금 규모는 2000억원으로 중진공 10억원, 소진공은 최대 1억5000만원 이내다.
앞으로도 중소상공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정책이 지속되길 희망한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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