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코인거래소는 아직도 범죄집단인가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8:39

수정 2024.08.13 18:39

한영준 증권부
한영준 증권부
"사채업자들한테 은행을 맡길 순 없잖아요."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가 토큰증권(ST)으로 진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당국의 눈에 가상자산 거래소는 여전히 불법과 합법 사이에 있는 존재였다.

지난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법에 있는 규제, 그 이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년 재난훈련을 하는 거래소도 있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고포상제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시행령을 지키려고 금융감독원의 모범사례, 한국거래소의 시행세칙 등을 참고해 금융권 수준으로 내규를 정비했다"고 강조했다.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당국의 시선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다.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투자자들이 맡긴 예치금에 더 많은 이자(이용료)를 지급하겠다며 경쟁을 벌였다. '업계 최고 이자율'이라는 타이틀을 얻고자 이자율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제동을 걸면서 경쟁은 끝났다. 가상자산업감독규정 제5조에 따르면 예치금 이용료는 운용수익, 발생비용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하는데 거래소들이 '합리적으로' 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거래소 관계자들을 집합시키기도 했다.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했던 거래소들의 경쟁이 금융당국엔 비합리적인 행태로 보인 것이다.

거래소들의 감독분담금도 맥락은 비슷하다. 내년부터 국내 코인거래소들은 연간 60억원 규모의 감독분담금(감독·검사 수수료)을 내야 한다. 요율은 매출의 0.4% 수준으로, 증권사(0.036%)나 핀테크사(0.017%)와 비교하면 10~20배 이상 높은 요율이 책정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검사에 투입되는 인력이 증권사보다 많을 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분담금이 높은지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새로운 산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은 생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처음 생겼을 때 개인정보 문제가 그랬고, 공유경제가 제도화될 때도 잡음은 있었다.

당국은 시장과 업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활성화시키진 못해도, 최소한 성장을 방해해선 안 된다. 제도권 밖에 있던 코인업계에선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금융당국도 코인업계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지고 업계는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당국의 태도도 바뀔 때가 됐다.

fai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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