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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범해진 보험사기 높은 형량으로 뿌리 뽑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8:39

수정 2024.08.13 19:34

지난해 피해 1조원대로 사상 최대
솜방망이 처벌로 사기 행각 부추겨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31차 양형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31차 양형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년 만에 개정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14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보험사기 알선, 유인, 권유 등의 행위가 전면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방지 조사권한도 강화됐다. 금감원은 관련된 행정기관과 통신업체를 상대로 한 자료요청권도 갖는다. 보험금 허위청구와 고의 사고 등 제보를 받으면 조사에 필요한 요양급여 내역 등 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권한이 세진 만큼 당국은 즉각적인 조사와 수사 의뢰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처벌 수위가 낮아 법의 실효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3일 양형기준을 새로 대폭 높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양형위는 이날 사기범죄에 대해 법관의 무기징역 선고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기도 사기범죄 양형기준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보험사기는 일반사기에 비해 처벌이 턱없이 낮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보험연구원이 법원행정처 자료를 분석해 집계한 수치를 봐도 분명하다. 지난해 사기 사건 중 유기징역 실형이 선고되는 비중이 일반사기는 60%에 육박했고 보험사기는 20%로 현저히 낮았다. 일반사기 28%가 1년 미만의 형량을 받았지만 보험사기는 47%가 1년 미만이다. 벌금형, 집행유예 비중이 일반사기는 8%였으나 보험사기는 44%나 됐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보험사기를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양형위가 보험사기 집행유예 선고기준을 제한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결정이다. 양형위는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범행에 가담한 경우' 가중처벌하고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고 한 경우'는 감경 사유에서 빼기로 했다.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손해사정사, 보험모집인, 보험회사 직원 등 보험업 관계자가 사기에 가담할 경우 적발이 더 어렵고 피해 범위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가중처벌 규정은 없어 업계와 피해자들은 속이 탔던 게 사실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처벌 수위를 높인 것은 다행이다.

보험사기는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최근엔 도로에서 70대 노인들만 상대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긴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었다. 사고 직후 직접 경찰에 신고해 버젓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거액을 챙긴 사례는 셀 수도 없다.

범행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과거엔 단독범행이거나 한두 명이 연루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보험설계사, 병원, 브로커까지 엮인 조직범죄로 진화했다. 100억원대 보험사기를 친 병원 사무장, 의사 등 400여명이 검거된 적도 있다. 보험사기 전문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통원·입원치료 횟수를 조작하고 보험사별 상품 중복가입 등으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이었다.

이렇다 보니 전체 보험사기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보험사기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였다. 가담자도 10만명을 넘어섰다. 법은 있으나 마나였다.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해치고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를 준다. 높은 형량으로 엄단하는 게 마땅하다.
더불어 첨단기술을 활용한 사기 방지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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