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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멘탈, 마지막 퍼즐은 '상상력' [이환주의 개미지옥]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4 06:00

수정 2024.08.14 06:00

주식, 운칠기삼? 멘탈이 9할이다 : 8화(완결)
[파이낸셜뉴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디즈니.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디즈니.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매수'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필자는 앞서 '이환주의 개미지옥' 시리즈 <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편에서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 YINN에 투자했다 실패했던 경험을 쓴 적이 있다. YINN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을 3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쉽게 말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중국 기업이 잘 나가면 수익을 3배로, 반대로 못 나가면 손실을 3배로 보는 상품이었다.

수년 전 YINN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 △저평가 △타이밍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의 한 기억 때문이다. 10여년 전 금융부 출입 당시 우리나라 대형 시중은행의 대표와 부서 저녁 자리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 은행장은 중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중국의 무서운 점으로 '집단지배 체제'를 얘기했다. 상하이방, 태자당 등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파벌이 있고 절묘하게 견제와 균형을 맞추며 시스템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 지도층이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는 거였다.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은 기업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지만 반면 국가주도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경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과 치킨 게임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태양광 산업이나, AI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대표적이다. YINN을 산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13억명의 내수 시장과 그들 중 선별된 엘리트가 운영하는 중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였다.

당시 내 시나리오는 저평가된 중국 기업을 YINN을 통해 지속 저가 매수하면 언제가 다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하지만 YINN 투자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적 제거에 나서며 집단 지배 체제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 것이다. 2023년 3월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료 3연임으로 국가주석 자리를 지켰다. 애초 YINN을 매수한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집단 지배 체제'를 통한 국가 운영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돌이켜 보니 한때 중국에서 최고 잘 나가는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정부에 부정적인 말을 했다가 기업 지배권을 박탈당하는 일이 있었다. 또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ETF 상품의 특성상 비싼 수수료율과 침식효과(음의 복리 효과) 역시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주 큰 손실을 보고 YINN을 전량 매도했다.

시진핑.
시진핑.

멘탈의 마지막 퍼즐, 상상력

앞서 주식 투자에 있어 '멘탈(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고난 성격', '인내심', '겸손', '자기확신', '유연한 사고' 등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주식 투자 멘탈에서 중요한 마지막 퍼즐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상상력'일 것이다. 주식을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는 분석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면 이를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향후 해당 종목이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비싼 가격에 거래될 것인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봤더라도 실제로는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빠르게 수정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4월 과거 출입했었던 생활경제부로 다시 발령받고 놀랐던 일이 있다. 바로 유통 기업 쿠팡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수년 전 생활경제부 당시 쿠팡은 만년 적자 기업이었으나 지난해 돌아와서 본 쿠팡은 전혀 다른 기업이었다. 이후 10월 4일에 '2등 기업을 응원하다'라는 기자수첩을 썼다. 쿠팡이 사실상 온라인 마켓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들은 너무나 편해졌으나 향후에 요금 인상 등을해도 소비자들은 쿠팡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2등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당부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현실이 됐고 쿠팡은 멤버십 요금제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쿠팡을 쓰는 회원으로서는 화가 났지만, 이때 발상의 전환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막대한 투자를 통한 OTT 시장 점유율 확대, 배달 플랫폼 등 신사업 확장을 고려했을 때 쿠팡의 주주라면 요금 인상도 반가운 일이 될 것이었다. 올 초 주가를 살펴보니 주가도 낮았다. 2021년 미국 주식 시장 상장 당시 40달러 후반이었던 주가는 10불 후반대였다. 상장 후 적정한 기간 조정을 거치고 저평가다 싶어 이때부터 월급이 들어오면 쿠팡 주식을 조금씩 사모았다. 피터 린치가 말한 "주변에서 좋은 주식을 찾아라"라는 조언과도 일치했다.

파이낸셜뉴스 2023년 10월 4일자 31면 기자수첩.
파이낸셜뉴스 2023년 10월 4일자 31면 기자수첩.

하지만 몇 달 정도 쿠팡 주식을 사모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 것이다. 테무와 알리는 과거 쿠팡이 그랬던것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 경쟁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쿠팡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내 생각과 시장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인지 20달러를 넘었던 쿠팡의 주가는 다시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내 시나리오를 벗어난 상황이었기에 장기 투자를 다짐했던 처음과 달리 다시 쿠팡을 손절하는 판단을 내렸다.

YINN과 쿠팡 모두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투자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투자 결정까지 스스로의 상상을 바탕으로 성장 시나리오를 그려봤고, 실제 투자를 진행했고, 예상과 다른 변수가 출연해 당초의 결정을 수정했다.

주식을 하면서 매번 깨닫는 바가 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매번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다짐하고 급등주 추격 매수 금지 등의 원칙을 되새김질 하지만 막상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앞서의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굳은 살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알리익스프레스(좌)와 테무 CI. 뉴시스
알리익스프레스(좌)와 테무 CI. 뉴시스

삼양식품과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생활경제부에서 올해 K-라면에 관한 기사를 기획으로 여러편 썼었다. 지난 5월 1일에는 불닭볶음면으로 전세계를 평정한 삼양식품에 대한 기사를 썼었다. 또 그 즈음해서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의 시가총액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기사도 썼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그때 삼양식품의 주식을 살 생각은 전혀 못했다. 식품 주식은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애초에 투자 후보군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시장이 열렸을 때 초코파이가 대흥행하며 오리온의 주가가 떡상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초코파이=불닭볶음면'으로 연결지을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8월 13일 현재 삼양식품의 시총은 4조2700억원, 농심은 2조6600억원으로 1.6배 이상 높다. 삼양식품이 농심의 시총과 같아졌을 때 매수했다면 60%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지난 5월에 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기사.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라면이다.
지난 5월에 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기사.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라면이다.

현재 아주 소량이지만 미국의 셰일가스(원유) 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보유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의미있는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5년전 주식을 시작하고 워런 버핏의 매매를 따라했을 경우 몇 년이 지났을 때 꽤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다. 약 3년 전 워런버핏이 일본의 상사 주식을 크게 매수했을 때 '일본 주식을 왜 사지?'라고 의아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버핏이 샀다가 팔긴했지만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샀다면 큰 수익을 안겨줬을 것이다. 워런 버핏이 몰래 사모았던 보험사 '처브'도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살 수 있었다면 매우 큰 수익을 보고 있었을 종목이다. 친환경이 대세인 현재 워런버핏이 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크게 매수했는지는 잘 모른다. 현재 옥시덴탈의 주가는 59달러 정도로 워런 버핏의 평단가는 53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워런 버핏. 많이 드셨다 아임니까. 연합뉴스.
워런 버핏. 많이 드셨다 아임니까. 연합뉴스.

다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내 시나리오는 이렇다. 최근 전세계 산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그 방향성을 약간 선회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에너지 생산 한계로 인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다시 원자력 발전 확대 및 기존 화석 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AI와 자율주행 등 막대한 데이터 사용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전선, 발전기 업체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다.

미래에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고, 중동 갈등 등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셰일가스를 통해 석유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시나리오가 버핏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이미 내 계좌는 다른 종목에 처물려서 파란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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