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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성장기 노리는 상장리츠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5 05:00

수정 2024.08.15 05:00

행정공제회, 우선주 블라인드펀드에 1500억 투자
투자 재개 신호에 리츠, 프라임급 자산 편입으로 화답
서초GS타워·씨티스퀘어·DF빌딩·삼성화재 판교·장교빌딩·명동N오피스 대상
상장리츠가 편입 추진하는 오피스. 사진=삼성증권
상장리츠가 편입 추진하는 오피스. 사진=삼성증권

[파이낸셜뉴스] 한국 상장 리츠(REITs, 부동산 투자회사)가 제2성장기를 노리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2022년에는 금리 급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후 리츠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었다. 2022년 'KRX 리츠 TOP 10 지수'는 4월 26일 1296.96에서 10월 26일 767.01로 반년 만에 40% 하락을 겪은 바 있다. 리츠는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주식회사다.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해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로도 불린다.

■하반기 상장리츠가 오피스 거래 주도
14일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올해 상반기 서울 오피스 거래액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나 감소했지만 하반기에 상장리츠의 주도로 오피스 거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상장리츠는 프라임급 오피스 편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리 하락기 레버리지 추구가 가능해서다.
그간 기업 스폰서 리츠는 미래 가치보다 단기적인 배당에 초점을 맞춰 계열사의 중소 자산 편입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그룹의 상징적인 자산을 담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츠의 하반기 주요 편입 예정자산은 한화리츠의 장교빌딩(8000억원), 삼성FN리츠의 삼성화재 판교사옥, 디앤디플랫폼리츠의 명동N오피스 등이다. 상장리츠가 편입을 추진하는 오피스로는 신한알파리츠의 서초GS타워(2200억원), 신한알파리츠의 씨티스퀘어(4300억원),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DF빌딩 우선주(400억원) 등도 있다.

이 팀장은 "상장리츠들은 그간 고금리로 재원 조달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적정한 배당수익률을 창출하기 어려워 중소 자산, 높은 일드의 자산을 방어적으로 편입했다. 우선주 트랜치 투자가 유행한 것도 금리 영향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고되고 대출금리 하락이 가시화되며 리츠들은 과감한 편입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형 자산이면서 상징성 있는 자산을 편입해 리츠의 정체성을 살리고 있다"며 "기업 스폰서 리츠들은 그룹차원의 부동산 유동화에 상장리츠를 활용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리츠와 그룹사들이 균형적 관계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이들 상장리츠들의 최근 자산편입 추진 규모는 2조원에 이른다. LTV(담보대출비율) 50%을 가정하고 필요 자본을 유상증자로 조달 가정 시 예상되는 유상증자 규모는 1조원대다. 해당 리츠 시가총액의 30%로 추정된다.

상장리츠의 베팅에는 오피스 거래 가격의 견조함이 있다. 투자수요가 하락한 2023년 하반기부터 실수요 목적의 SI(기업)들이 오피스 매입으로 시장 거래를 주도하면서 오피스 거래 가격은 유지돼왔다. 삼성증권이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총 32건의 주요 오피스 거래를 분석한 결과 매수 주체의 20%는 상장리츠였고 19%는 사옥이었다. 그간 국내 오피스 거래는 대부분 펀드 형태로 기관 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현격한 변화다.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 대한통운빌딩, 삼부빌딩 등 노후 오피스의 재개발을 위한 매입 목적도 14%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 팀장은 "서울 오피스 공실은 2분기 3.2%로 전분기 대비 0.4%p 하락했다. 2023년에는 2%대를 유지했으나 2024년 들어 YBD(여의도권역), CBD(중심권역)에서 10만평이 공급되며 일시적으로 공실이 상승했으나 여의도 TP타워 등에서 임차가 마무리되며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2022년 대규모 공급이 이뤄졌던 BBD(분당권역)도 2개분기만에 1%대 이하로 공실이 하락해 현재 0%대다. 자연 공실률인 5%를 하회하는 수치는 현재 임차인들의 자유로운 이전이 어려운 공급 부족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대비 갈길 먼 한국 상장리츠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3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상장리츠 수는 204개이며 시가총액은 1640조원에 달한다. 일본 상장리츠 수는 58개이고 시가총액은 141조원 규모다.

아시아 최대 부동산 투자신탁 시장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상장리츠 수가 40개, 시가총액은 98조원이다. 싱가포르의 GDP 대비 상장리츠 시가총액 비율은 16.5% 수준이다. 미국의 GDP 대비 상장리츠 시가총액 비율이 5.1%를 훌쩍 뛰어넘는다.

반면 국내 상장리츠 수는 2023년 말을 기준으로 23개다. 최근 상장한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를 포함하면 현재 총 24개다. 시가총액도 7조4000억원으로 미국·일본·싱가포르 대비 매우 낮다.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도 0.3%에 그친다.
과거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사모 리츠 위주로 편향되면서 일반 국민들이 투자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위탁관리리츠 중 신한알파리츠의 상장일이 2018년 8월로 최고참 리츠다.
이를 포함해 2018년 2건, 2019년 2건의 위탁관리리츠가 상장됐으며 그 외 17개 리츠는 모두 2020년 이후 상장됐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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