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일자리...고용률 호조와 정반대
'양질' 먼저 사라져...정규직은 AI 차지
패러다임 전환 시기...韓 산업 육성 따라가야
[파이낸셜뉴스] 어린 아이에게 학교나 유치원에서 미래의 모습에 대한 상상도를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려냅니다. 평소 아이들이 귀찮아 하던 일들을 기계가 대신 하고 있고,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는 모습이죠. 기술 발전의 장점은 아이들의 눈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른들은 그림 속에서 다른 부분들을 봅니다. 아이들이 귀찮고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는 일들은 사실 우리 사회 속에서 어른 하나 하나가 담당하는 일들이기도 하죠.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로봇의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사실 인간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1900년대에 프랑스의 삽화가 장-마크 코테가 그린 100년후의 모습까지는 그래도 인간들이 그림을 더 많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최근의 인공지능(AI) 관련 이미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인간 모습의 로봇이 그림을 가득 채우고 있거든요.
사라지는 정규직..."신입 필요 없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KDI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일자리의 38.8%에서 70% 이상의 업무를 AI와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장 6년 뒤인 2030년에는 AI가 70% 이상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비율이 99%에 이른다. 사실상 모든 일자리에서 인간의 자리는 30%가량만이 남게 되는 셈입니다.
바느질을 재봉틀이 대체하던 것과는 다른 개념의 일자리 대체가 진행 중입니다. 로봇이 대신하는 업무는 단순 노동이 아닌 '단순 사유'까지 확장됐습니다. 대표적으로 기초적인 프로그램, 이미지, 전산업무 등 기본적인 인간의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영역을 넘보는 중이죠.
바꿔 말하자면 직원 가운데 '생각의 중요도'가 적은 직무부터 차례대로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인턴, 신입사원, 단순 사무직 등입니다.
예로 프로그래밍의 경우 막내 직원들의 주된 업무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의 단순한 코딩을 수없이 반복하는 작업입니다. 전단계가 마무리되면 그 위의 관리자가 방향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최종 실무자가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겠죠.
일자리 늘어도 소용無...新구조 적응해야
이상한 일입니다. AI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 중인데 최근의 고용흐름은 견조하거든요.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1년 전보다 오히려 17만2000명 늘어났습니다. 사실 올해 들어 고용률은 거의 매월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실업률은 반대로 역대 최저치를 써내려가는 중이죠.
사실 들여다보면 증가하는 방향이 우리가 원하는 구직 방향과는 살짝 어긋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별로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35만7000명 늘었습니다. 1∼17시간 취업자가 14만3000명, 18∼35시간 취업자가 21만4000명이죠.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9만4000명 줄었습니다.
늘어나는 것은 고령층도 할 수 있는 단순 노무, 서비스업, 공공일자리 등이죠. 로봇이 대신 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직무에 오히려 인간이 몰리는 모습입니다.
인간이 비(非)인간에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산업화·기계화 과정에서 수많은 직업이 사라졌습니다. 다만 최근의 AI가 촉발하는 산업 전환은 새로운 직업이 태어나기를 기다려주지 않을만큼 빠를 뿐입니다. AI로 인한 사태인 만큼 AI 관련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높지만, 우리나라의 산업은 아직 구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세계 AI 유니콘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0개'거든요.
결국 우리나라의 인간들은 AI보다 '가격이 싸고', '단순한' 일자리로 점차 밀려나는 중입니다.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로봇은 우리의 친절한 도우미였는데요. 정작 우리 사회는 인간들이 AI가 지시하는 '머슴'일을 맡게 되는 중입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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