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문의 3배 증가"
"앙가르드(준비), 마르셰(전진), 투팡(공격)!" 지난 13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의 한 펜싱클럽 곳곳에서 들리는 구호다. 여름방학을 맞아 특강을 들으러 온 초등학생 어린이 10여명이 펜싱 구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무릎을 굽히고 또 움직였다. 이들은 수업을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펜싱 꿈나무'다. 이번 올림픽에서 펜싱 국가대표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고 펜싱클럽까지 등록해 배우기 시작했다.
기본기 훈련을 모두 마친 후 아이들은 어린이용 펜싱 헬멧과 복장을 갖춰 입고 차례로 연습 시합에 나섰다. 마지막 경기는 언니 김나희양(11·여)·동생 김성빈(10·남) 남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평소 동생을 압도하던 누나였지만, 이날은 동생의 파죽 공세에 밀려 4대3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이날 3번째 수업을 들은 김나희양은 "동생과 시합해서 이길 때 가장 재밌다"며 "오상욱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시작했고 멋진 펜싱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했다.
이곳을 운영한 지 4년 차를 맞은 신아람 전 펜싱 국가대표는 "올림픽 이후 체험 문의가 3배가 넘게 들어와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펜싱은 한때 비인기 종목에 엘리트 체육 위주였지만 이제 생활체육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뿐만 아니라 취미로 펜싱을 즐기는 성인반도 성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 가족 스포츠'가 된 양궁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구로구의 한 양궁클럽도 채 가시지 않은 올림픽 열기로 뜨거웠다. 형형색색의 연습용 활을 든 수강생 10명은 일렬로 서서 간이 과녁판을 향해 일제히 활사위를 당겼다.
이날 수업에는 부자(父子)가 함께 활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버지 박영록씨(43)의 경우 최근 1년째 양궁을 배우고 있는 아들 박서진군(9) 함께 양궁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박씨는 "양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들과 올림픽도 같이 보면서 응원하고 공감과 소통이 넓어졌다"며 "온 가족이 양궁으로 뭉쳐 어느 때보다 사이가 좋다"고 웃었다. 박군도 "10점에 맞게 되면 기분이 정말 좋다"며 "커서 양궁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그동안 참관만 하던 어머니 원경아씨(40대)도 양궁 시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씨는 "생각보다 양궁을 즐길 수 있는 모임이나 대회도 많고 지방에서 열리면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참가한다"고 말했다.
소수 인원으로 수업을 운영하던 해당 양궁클럽은 최근 올림픽을 시청하고 관심을 가진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양궁 체험을 신청하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
양궁클럽을 운영하는 이경화 전 선수는 "양궁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공감의 스포츠'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올림픽 인기에 수강 문의가 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진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좋은 활약을 보여 준 선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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