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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 아닌 ‘자유’를 강조하는 통일정책이 중요한 이유[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5 06:00

수정 2024.08.15 13:10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민족, 반만년 지켜낸 문화 등 자긍심....소중한 유산 분명
 -지나치게 단일민족 개념 내세우면 민족국가 중심성에 갇혀
 -한국의 통일정책, ‘민족’보다 진화적 개념 ‘자유’ 강조 타당
 -6·25전쟁 자유 상실 위기 처했던 한국, 자유의 소중함 알아
 -자유 통일정책은 헌법 전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동기화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과 북한의 주민은 모두 한민족이고 그렇기에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역사적, 심리적, 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유의미하다. 그렇기에 한반도 통일방안에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필요조건처럼 따라다녔다.

1982년 ‘민족화합민족민주통일방안’에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포함되었고, 1989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민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특히 한민족(漢民族) 민족 차원의 단결과 통합을 강조한다. 한민족은 지리적 공간으로는 한반도를 중심지대로 영유하고, 언어로는 한국어를 사용하며, 문화적으로는 음식·음악 등 한민족으로 분류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한민족은 특유한 강건함으로 반만년이라는 영겁의 시간 동안 독립을 지켜냈다는 것은 단지 역사적 사실을 넘어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한 소중한 헤리티지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관성적으로 한민족만을 내세우는 것은 고민의 지점이 필요하다. 통일을 위해 한민족을 내세우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시대적 흐름과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무턱대고 관성에 따라 민족을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유전학적으로는 다양한 의견은 있더라도 한민족이라는 개념은 단일민족을 전면에 내세우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단일민족 개념을 지나치게 내세우면 오로지 민족에 기반해서 국가가 된 민족국가(National state) 중심성에 갇히게 된다.

민족국가 개념은 국제사회 및 국제정치 변화 상황과 동기화되기 어려운 지점에 들어선 상태다. 전 세계는 공급망으로 연결되고, 세계인은 국경을 초월하여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국제환경도 지정학적으로 연계되는 구도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K-pop은 전 세계 시민들이 즐겨듣는 세계적 음악으로 자리를 잡았고, K-food는 한국의 국경을 넘어선 세계적 음식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을 내세우는 것은 다소 정책적 정교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

나아가 태어난 곳을 떠나 한국으로 귀화해서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시대는 과거와 달라진 세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한국이 한민족을 기반으로 하는 민족국가인 것처럼 강조한다면 인구절벽 시대에 대응하는 이민정책을 펼쳐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미래상은 어찌 보면 ‘한민족 국가’ 혹은 ‘단일민족 국가’보다는 ‘다민족 국가’가 지속 번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도 OECD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 이상을 차지하면 ‘다인종·다민족국가’로 규정하는데 한국도 외국인 비중이 올해 이 규정에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통일정책은 민족을 전면에 내세우는 관성에서 탈피하여 시대상을 반영하는 진화적 개념을 적용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민족’보다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 적실성이 높을 것이다. 6·25전쟁으로 자유를 상실할 위기에 처한 한국을 위해서 국제사회가 함께 싸워주었고 그래서 자유를 지킬 수 있었기에 자유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에 자유 강조는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더욱이 자유를 강조하는 통일정책은 헌법과도 자연스럽게 동기화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확히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등 한국의 외교적 노력이 자유를 확산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있다는 점에서도 통일정책에 ‘민족’보다는 ‘자유’를 강조한다면 일관성 차원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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