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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지속가능한 나라살림을 위한 과제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4 18:39

수정 2024.08.14 19:16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2·4분기 경제성장이 1년 반 만에 다시 역성장으로 전환되었고 주식시장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4분기 깜짝 성장의 기저효과에 더해 내수부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해외요인에 국내 구조조정 부진이 겹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은 2%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인 부침에 연연하기보다는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여건 그리고 예측이 어려운 해외정세 등 소란스러운 환경에서 어떻게 나라살림을 지속가능하게 운용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지출수준과 수입수준이 높지 않으며 따라서 재정적자나 부채수준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출산율은 심각하게 낮지만 고령화는 아직 진전 수준이 높지 않다. 하지만 2050년이 되면 OECD 국가 중 고령층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 바로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이행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낮지만 가족지원 지출 수준은 높은 편이다.
이때 가족지원 지출은 현금지원으로 가족수당,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급여를 포함하며 서비스지원으로는 영유아 교육 및 돌봄이 핵심이다. 문제는 가족지원 지출을 늘린다고 해서 출산율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금이나 서비스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 정책영역과 수혜대상 선정의 적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정지출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조세지출, 즉 응당 거두어야 할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동일한 정책효과를 기대한다. 자녀양육비 공제제도 및 자녀장려금 제도와 같은 양육비 지원 성격의 세제지원을 재정지출과 통합해 자녀수당의 범위와 수준 그리고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사회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12.5%는 2050년에는 24.5%로 2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인구고령화에 대응하여 복지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조정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살림의 악화가 충분히 예견되고 있음에도 그간 필요한 제도적 조정을 미뤄왔다.

우리나라의 의료이용량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병원 방문횟수가 OECD 평균의 2배가 넘고 이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요자의 자율적 진료의뢰가 아니라 중증도에 기반한 공급자 조정 의료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이용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본인 부담제도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문제 많은 실손보험 보장범위의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매년 모든 행위의 가격을 평균적으로 인상하는 수가체계를 가치 및 필수영역 수가 중심으로 집중 인상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처럼 쓰는 만큼 수입을 늘리는 양출제입 방식이 아니라 수입에 근거해 지출을 제한하는 양입제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노후소득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적연금 재구조화 및 사적연금 강화도 필요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민연금 개혁방안이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을 각각 목표로 둔 모수개혁안이 대립하고 있으나 기금소진 시점을 늦출 뿐 필요보험료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문제가 있다.
기초연금을 효율적인 노인빈곤 감소에 초점을 두고 보충급여 형식으로 전환하며, 사적연금 역할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 일원화 및 유인설계와 규제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완전 적립식에 기반해 장기적인 기대수익비가 1이 되도록 하는 신연금 도입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재정구조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면서도 경제활력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장기 세제개혁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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