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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단일민족 아닌 다문화 시대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4 18:39

수정 2024.08.14 18:39

이설영 전국부 차장
이설영 전국부 차장
어린 시절 국사 교육시간을 회상해 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우리나라가 '단일민족 국가'인 것에 대한 자긍심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많다. 찾아보니 당시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우리 민족은 반만년 동안 단일민족으로서 빛나는 역사적 삶을 살아왔다"고 돼 있었다.

이후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실제 다민족 국가였던 고구려의 역사를 우리 역사에서 배제하지 않는 차원에서 국사교과서에서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2007년의 일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게 되면서 단일민족 국가를 계속 주창하는 것은 시대변화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 거주자들은 우리나라가 이미 다문화 국가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을 것이다. 실제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들 대부분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 외국인이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종주하는 영상을 우연히 봤다.
누가 봐도 한적한 시골에 러시아·중앙아시아의 빵과 식료품을 판매하는 빵집이 있었다. 경남 창녕군이었다. 나조차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니 더욱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수요가 있으니 그런 상점도 있을 것이다. 실제 창녕군의 인구는 약 5만6000명이며, 등록외국인 수는 5.8%에 해당하는 약 3300명이었다. 서울의 등록외국인 비중 약 2.7%보다 2배 이상 비중이 크다.

우리나라의 등록외국인 수는 5년 전인 2019년 약 126만명에서 현재 142만명으로 약 14%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인구수는 2019년 5176만명에서 2024년 5175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앞으로 외국인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인력 100명이 최근 입국했다. 이들은 서울 가정에서 아동돌봄 및 가사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들 중 다수는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한 후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이곳에서 삶을 영위할 것이다. 가사관리사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서 외국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할 때다.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보다 다문화라는 단어에 더 익숙해진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론 서울에서도 관광객뿐만이 아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문화 시대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roni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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